설마 설마 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한국영화 누아르 대작 '아수라'가 팀 버트의 판타지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에게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단순히 순위 역전의 문제가 아니고 '아수라'는 흥행 동력을 잃은 채 표류하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200만 돌파 때 샴페인을 터뜨린 게 마지막 축포일 가능성이 높다.
‘아수라’는 황금 연휴의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가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막을 올린 지6일만에 환호를 올렸다. 19금 청불 영화치고는 나쁘지 않은 흥행 페이스다. 문제는 개봉 당일 불꽃처럼 타올랐던 관객 동원력이 이후 하루가 다르게 쭉쭉 빠졌다는 사실이다. 입소문이 안 좋거나 작품 주위에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벌어지는 상황인데 '아수라'는 전자에 속한다.
시사회부터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지만 당시는 불호 여론이 '아수라' 캐스팅의 화려함에 열기에 쉬 묻혔다. 그 덕분일까. 아수라는 지난 달 28일 개봉 첫 날에 대박이 터졌다. 무려 47만여명을 동원하며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오프닝 최대 스코어를 경신했다. 이병헌을 부활시킨 '내부자들'에 이어 '아수라'가 19금 누아르의 새 역사에 도전한다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박수는 여기까지. '아수라'의 매출액 점유율은 개봉일에 67.4%로 정점을 찍은 후 55.4%(9월29일) 47.3%(30일) 45%(10월1일)로 계속 하향 곡선을 타기 시작했다. 반면 '아수라'에 가려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더 '미스 페레그린'은 11.2%, 14.7%, 19%, 23.3%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탔다. 결국 '아수라'을 향한 관객의 양 극단 반응과 '미스 페레그린'의 추격이라는 두 개의 브레이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3일 순위가 바뀌었다.
'아수라'는 사실 누아르를 넘어서 고어물에 가까울 정도로 잔혹한 영화다. 주인공 정우성의 조각같은 용모와 타고난 스타일, 그리고 인생급 연기가 이를 겨우 순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또 하나 결점은 스토리의 결여다. 이미 비슷한 장르의 한국영화들이 연속해 대박 흥행을 터뜨린 다음이라 식상함까지 더해졌다. ‘아수라’를 본 관객이 피로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마니아 전유물로 여겨졌던 팀 버튼의 신작이 대중적 취향을 저격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런 요인들이 겹치고 겹쳐서 설마가 '아수라'를 잡고 말았다./mcgwire@osen.co.kr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수라'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