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재회였지만, 마이크를 쥔 선후배의 호흡은 마치 어제 만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유쾌하고 자연스러운 두 사람의 호흡은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부산국제영화제를 환기시키는 청량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영화제의 문을 기분좋게 열었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설경구 한효주의 얘기다. 영화 '감시자들'로 함께 연기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이 올해 연기가 아닌 사회자로 다시 한번 재회해 찰떡궁합 진행호흡을 보였다.
6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부산국제영화제 강수연 집행위원장과 김동호 이사장을 비롯해 개막식 사회자 설경구 한효주와 개막작 '춘몽'의 감독인 장률과 주연배우 양익준, 한예리, 이주영과 이 외에도 샤이니 민호, 배우 이엘, 조민수 김의성, 박소담, 윤진서, 오지호, 이이경, 정연주, 안성기, 임권택 감독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레드카펫 행사를 끝으로 오프닝 영상과 축하무대가 이어졌고 본격적인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내레이션의 소개로 이날 개막식 사회를 맡은 설경구와 한효주가 나란히 등장했다. 검은색 턱시도와 올백머리로 댄디한 느낌을 한껏 살린 설경구와 비즈장식으로 화사한 느낌을 강조한 화이트톤 드레스로 청순함을 강조한 한효주가 무대 위에 오르자 관객석에서는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설경구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많은 걱정과 염려 속에서 문을 열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영화제를 지킨 영화인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잊이 않았다.
이어 함께 개막식 사회를 맡은 한효주에게 "지난 2011년도에 개막작 '오직 그대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는데 올해 개막식 사회자로 선 기분이 어떤가"라며 질문하며 후배를 기특한 눈빛으로 바라봐 눈길을 끌었다.
이에 한효주는 "당시에도 떨리는 마음이었지만, 올해 개막식 사회자로 이 자리에 서니 더욱 긴장이 된다"며 "어릴적부터 동경하던 영화제에 이렇게 사회자로 마이크를 쥐니 그런 것 같다"고 수줍게 미소를 보였다.
한효주도 선배 설경구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는 "설경구 선배님도 '박하사탕'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영화제를 방문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질문했고 이에 설경구는 "오랜 시간이 흘렀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설경구는 "1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였다. 그 이후로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 속의 영화제로 도약하기 시작한거 같다"며 부산국제영화제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강조했다.
부산영화제를 향한 남다른 애정, 그리고 '감시자들'에서 맺은 두 사람의 연기호흡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무대 위에서 그대로 발현됐다. 영화배우 선후배의 찰떡궁합은 무거웠던 영화제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밝게 만드는 큰 힘이었다. /sjy0401@osen.co.kr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공식페이스북 영상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