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파급력이 셀 줄 몰랐다. 그룹 젝스키스가 몰고온 강력한 태풍 때문에 남자 발라더들이 쌓은 단단한 철옹성이 차츰 무너지고 있는 모양새다. 7일 0시를 기점으로 음원 차트에 닥친 태풍 '세 단어'는 차트 순위를 바꾸는 데 채 7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이날 공개된 젝스키스의 신곡 '세 단어'는 멜론뮤직, 지니, 네이버뮤직, 올레 뮤직, 엠넷닷컴, 소리바다, 벅스뮤직, 몽키3 등 국내 음원사이트의 음원 차트 1위에 올랐다. 정오(12시)를 기준으로 전 주요차트에서 실시간 1위를 차지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달리 뜨거웠던 지난 여름부터 시작된 발라드 인기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지금 같은 가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새하얀 눈이 내리는 올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스테디셀러' 발라드는 누구나 듣기 편안한 장르이고, 듣는 이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는 그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포문은 '로맨틱 야수' 한동근이 열었다. 2년 전 발매했던 곡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가 약 한 달여 가까이 음원 차트를 핫하게 달궜다. 이어 '발라드 황제' 임창정이 그 배턴을 이어받았다. 지난 달 6일 1년 만에 돌아온 그는 정규 13집 앨범으로 줄 세우기를 하더니, 타이틀 곡 '내가 저지른 사랑'으로 약 20일 동안 차트 1위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소위 '붙박이'로 거듭난 것. 여전히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그 뒤를 이은 주인공은 '갓효신'. 박효신이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믿고 듣는다'는 반응이 터져나왔다. 그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여러 아픔들과 슬픔, 가슴 속에 품은 꿈에 대한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풀어놓았고 사람들은 이 노래를 통해 치유받았다. 갓효신의 파워를 입증한 순간이었다.
올 하반기 들어 여러 장르의 다양한 가수들이 지속적으로 컴백했고, 데뷔했음에도 쉽사리 식지 않았던 발라드 열풍이 젝스키스가 선보인 한 곡에 자리를 내줬다. 16년이나 기다린 팬들에게 반가운 선물을 안기며 과거의 추억을 자극했고, 10대~20대 젊은층에게는 기존 아이돌 그룹과 다른 성숙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젝스키스에 대한 관심은 점점 전 연령으로 퍼지고 있는 중이다.
신곡 하나 공개했을 뿐인데 이렇게 기세가 강한 걸 보니 앞으로 공개될 새 앨범의 인기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만난 멤버들의 상황을 재회한 연인에 빗댄 '세 단어'에 이어 어떤 내용을 담은 장르의 노래들이 나올지 기대된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다가 비로소 16년 만에 닥친 젝키 열풍은 한층 물오른 위세를 과시하며 전 세계로 뻗어나갈 것 같다. 벌써부터 타이완 1위, 홍콩 2위 이외에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 국가 아이튠즈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이 들린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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