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이란 씨앗이 물을 머금으면 주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무한대로 자라는 법이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리젠테이션 초청작 영화 '분노'가 7일 오전 언론시사를 진행하고 그 선을 보였다.
'분노'는 요시다 슈이치의 원작을 이상일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으로 도쿄에서 잔혹한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1년이 흐른 뒤, 치바의 어촌마을에서 아이코와 사귀는 타시로, 광고회사 사원인 유마와 사귀게 되는 나오토, 오키나와의 외딴 섬에서 홀로 지내는 다나카 등 세 그룹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1년 전 일어났던 살인사건과 관련, 세 명의 남자 중 누가 진범일지에 대한 물음의 분위기로 약 1시간 30분을 끌고 간다.
때문에 세 명의 남자 모두 어딘가 의심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어디서 온 사람인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생김새 역시 비슷하다. 경찰이 내놓은 몽타주는 세 사람 모두를 가리키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범인은 단 한 명. 그러나 세 명의 남자를 둘러싼 주변인들은 경찰의 공개수배 영상을 봄과 동시에 의심이라는 씨앗을 키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믿음'을 외치던 이들이 의심의 씨앗을 키우면서 그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이처럼 영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 의심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믿었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다"는 대사가 이 영화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사 중 하나.
살인사건이라는 키워드만 보고 스릴러 장르를 기대한 이들이라면 그 기대를 접어야 할 듯 싶다. 그러나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분노'에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와타나베 켄을 비롯해 츠마부키 사토시, 마츠야마 켄이치, 아야노 고, 히로세 스즈, 미야자키 아오이 등 일본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이들의 열연을 보는 것 역시 영화의 재미 포인트 중 하나다. / trio8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