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주영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감독 장률)에서 예리를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는 인물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예리를 위해 직접 써준 주영의 시는 애처로울 만큼 그녀의 순수한 사랑이 오롯이 표현된다. 말없이 예리를 태우고 시장에 장을 보러 가는 그의 뒷 모습 또한 사랑이 담겼다.
누구보다 건강한 마음과 몸을 가졌지만, 누구보다 외로운 사랑을 해야 하는 주영. 그런 인물을 직접 연기해야 했던 이주영은 촬영 내내 쓸쓸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주영은 겉보기에 굉장히 강인한 인물이지만, 내면은 굉장히 여린 친구라고 생각해요. 예리가 이미 사랑을 받아주지 않을 거란 것도 알고 있고요. 꿈처럼 없어질 사랑을 하는 사람을 연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연기하는 동안 힘들기도 했고요. 사실 짝사랑을 하는 사람 중 '저 사람이 나를 안 좋아해도 전혀 상관없어'라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상대에게 조금이나마 기대를 걸잖아요. 그래서 주영이란 인물은 특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이주영은 '춘몽'의 예리가 아닌 배우 한예리 또한 자신이 사랑하는 여배우라고 힘줘 말했다. 이주영이 한예리를 사랑하는 이유는 가공되지 않은 한예리의 아름다움 때문이다.
"사실 배우가 어떤 배우를 동경하고 '팬입니다'라고 하는 게 힘든 거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한 명의 배우로서 누군가의 연기를 보고 '저런 점은 정말 좋고 닮고 싶네요'라고 말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한예리 선배는 팬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독립영화 찍을 때부터 계속 선배를 봐왔어요. 영화라는 매체는 엄밀히 말하면 픽션, 즉 거짓인데 그 속에서 어찌하면 가장 현실처럼 보여줄 수 있을까를 논하는 매체가 영화인 거 같아요. 그리고 한예리 선배는 그 안에서 가공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 현실적인 영화를 만드는 걸 가능하게 해주고요."/sjy040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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