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기준을 흥행이라고 한다면 영화 '비밀은 없다'는 실패가 분명하지만, 여배우 손예진의 또 다른 가능성, 여성 감독 이경미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는 부분에 포인트를 둔다면 성공한 영화임이 분명하다. '비밀은 없다'의 '이경미 감독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을 직접 마주했다.
이경미 감독은 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CGV센텀시티에서 열린 영화 '비밀은 없다' GV(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다. 그는 이날 '비밀은 없다'에 손예진을 캐스팅한 이유부터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까지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함께했다.
영화 '비밀은 없다'는 국회입성을 노리는 종찬(김주혁 분)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 분)에게 닥친 이야기를 담았다. 선거기간 15일 동안의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물로 지난 6월 개봉해 누적 관객(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결과 기준) 25만 명을 동원했다.
이경미 감독은 '비밀은 없다'를 통해 한 아이의 엄마마 연홍으로 분한 손예진의 연기 변신과 열연에 대해 배우를 향한 애정을 그대로 전달했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 그대로 라면 손예진 배우가 광적으로 치닫는 순위는 낮았다. 하지만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변화했고 광적인 손예진의 모습을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경미 감독을 통해 '비밀은 없다' 시나리오를 쓰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의 또래 친구들이 결혼하고 엄마가 되며 '모성애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경미 감독은 "엄마라면 당연히 아이를 목숨보다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다른 엄마들(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에겐 굉장히 폭력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만약 엄마가 됐을 때 '완전하지 않은 모성애를 가지고 있다면 어쩌지?'라는 상상을 했다"며 "아이를 찾는 과정에서 무서운 현실과 맞닥뜨리는 현실을 담은 시나리오를 썼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
여성 감독이 모성애를 통해 생긴 궁금증을 계기로 만들게 된 '비밀은 없다'는 충무로 퀸 손예진을 통해 완성됐다. 비록 흥행 면에선 아쉬운 성적을 거뒀을지 몰라도 굵직한 메시지에 손예진의 과감한 변신까지 볼 수 있던 만큼 스코어로 따질 수 없는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비밀은 없다'가 부산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sjy0401@osen.co.kr
[사진] OSEN DB,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