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어린 시절엔 신이 나는 만화 주제곡이었는데, 세월이 흘러 들으니 눈물샘을 자극하는 노래였다. 48년차 가수 김국환이 여전히 청명한 목소리로 부른 ‘은하철도 999’ 주제곡이 안방극장을 울컥하게 했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은 2라운드 첫 번째 대결에서 빼빼마른 빨간머리 앤과 대결을 벌여 탈락한 내 노래에 놀랄지도가 김국환이라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미 그가 첫 무대를 했을 때부터 판정단 모두 나이 든 가수일 것이라고 확신했던 상황.
김국환은 복면을 벗은 후 환한 미소를 지었다. ‘타타타’라는 공전의 히트곡을 탄생시켰고, ‘은하철도 999’ 등 숱한 인기 만화 주제곡을 부른 가수다. 오랜 만에 방송 무대에 오른 김국환은 젊어진 느낌이라고 승부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또한 제작진에게 출연 약속을 하며 특별 대우하지 말아달라고 말한 이유에 대해 “대접받는 게 늙어가는 것 같아서...”라고 말하며 시청자들에게 감명을 안겼다. 그는 무대를 마친 후 “오랜 만에 행복했다. 하루 즐기다 가는 거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진정 무대에서 즐긴 가수, 김국환은 이날 ‘은하철도 999’를 즉석에서 불렀다. 30년 전과 변함 없는 청명한 목소리, 애절하면서도 씩씩한 그 목소리가 정말 반가웠다. 판정단 모두 따라부르는 이 노래는 왠지 모를 뭉클함을 안겼다.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 때 그 목소리이고, 칠순의 나이에도 여전히 건재한 김국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 ‘복면가왕’에서 꼭 이기겠다고 출연한 게 아니라 간만에 시청자들과 호흡하기 위해, 그리고 무대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출연한 게 눈에 보였던 김국환이라는 진정한 전설의 무대는 큰 감동이었다.
또한 어린 시절에는 재밌는 만화의 신나는 주제곡이었는데 나이 들어 들어보니 가사가 너무 슬프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있었다. 김국환을 오랜 만에 만날 수 있어서, 그리고 김국환이라는 반가운 가수를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시간이어서 행복하고 눈물 나는 방송이었다. / jmpyo@osen.co.kr
[사진] ‘일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