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라 미풍아’ 오지은의 중도 하차는 아쉽지만, 임수향이 배우 교체라는 흔하지 않은 변수 속 빈자리를 훌륭히 채웠다.
임수향은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에서 당초 오지은이 연기했던 박신애를 지난 8일 방송된 13회부터 연기했다. 오지은이 부상을 당해 하차하면서 극중에서 비중이 컸던 배역인만큼 하루 아침에 없는 사람으로 만들 수가 없었기 때문.
신애는 수백억 원의 당숙 재산을 노리는 마청자(이휘향 분)의 뒤통수를 칠 인물. 섬뜩한 이중성을 가지고 있어 이 드라마의 긴장감을 유발했다. 더욱이 오지은이 이 캐릭터의 독한 기운을 잘 살려내 시청자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인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 물론 악역이지만 사랑 받는 악역이었다. 허나 오지은은 드라마가 방영되던 중 부상을 당했고 수술이 불가피해 하차하게 됐다.
제작진으로서는 이 같은 극의 핵심인 인물을 뺄 수가 없기에 임수향을 섭외해 신애라는 캐릭터를 이어가게 했다. 큰 무리수이자 도전이었다. 이미 신애라는 인물이 곧 오지은이었던 시청자들에게는 아쉽기도 하고 당황스러운 전개일 수밖에 없었다. 임수향이라는 새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연기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간이다.
일단 2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임수향은 무난하게 연기를 펼치고 있다. 다소 북한 사투리 연기가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신애의 섬뜩한 야망과 이중적인 면모를 잘 소화하고 있다. 사투리 연기야 회차가 거듭되면 수위 조절을 해서 안정적이 될 터. 신애와 잘 맞아떨어지게 캐릭터를 잡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매력적인 악역인 신애가 임수향이 가진 분위기와 겉돌지 않았다.
특히 지난 9일 방송된 14회에서 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청자의 아들인 조희동(한주완 분)을 알게 된 것을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은 앞으로 신애가 만들어갈 갈등 장치에 대한 기대를 확 높였다. 임수향의 표독스러운 표정과 순식간에 돌변하는 목소리는 오지은의 하차를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달랬다. / jmpyo@osen.co.kr
[사진] ‘불어라 미풍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