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남자들을 모두 침묵시킨 부드러운 카리스마였다. 품 안에 안아보지도 못하고 자식을 잃고, 딸 같이 아끼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목숨도 내놨다. 배우 우희진의 연륜 있는 연기력과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에 시청자들은 환호했고, 비록 스토리상 죽음으로 하차하게 됐지만 역대급 캐릭터, 그 회차의 주인공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우희진은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에서 해수(이지은 분)를 딸처럼 아껴주던 다미원의 오상궁 역을 맡았다. 오상궁은 태조 왕건(조민기 분)이 왕권을 위해 아내로 맞이한 인물이 아닌 유일하게 사랑한 여인. 이를 시기한 황후 유씨로 인해 아이를 잃고 위암까지 얻게 된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황자들과 인연이 두터운 수도 자신처럼 될까봐 엄하게 대했다가 결국 수의 따뜻한 마음에 곁을 내어줬고, 수가 황위 다툼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목숨을 내어놨다.
오상궁의 인상적인 퇴장은 바로 11회로, 그 회의 주인공이 오상궁을 연기한 우희진이었음에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 OSEN은 우희진을 만나 시청자 호평에 대한 소감과 드라마와 관련한 비화를 들었다.
다음은 우희진과 나눈 일문일답.
-오상궁으로 살았던 소감이 어떤가.
▲사실 촬영하는 동안 오상궁이 이렇게 좋은 배역인지 모르고 했다. 멋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주인공을 위한 역할이니까 특별출연 정도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드라마에 큰 영향을 주는 역할이라고 생각 못했다. 방송이 되고 나서 시청자분들이 오상궁이라는 인물이 좋으셨나보다. 대본 자체가 좋았다. 인물 자체가 너무 멋있어서 누가 해도 멋있는 역할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렇게까지 시청자분들이 오상궁을 좋아해 주시리란 예상은 못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셨더라.
-어느 순간부터 수를 딸처럼 대하기 시작한다, 극중 어떤 장면이 변화의 계기가 됐나.
▲처음에는 해수를 못살게 괴롭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자기와 같이 되지 않기 위해 단속을 했던 거다. 변화의 계기는 해수가 아토피가 있는 정윤(김산호 분)을 치료해주고 오다가 극중에 황후 유씨(박지영 분)한테 들켰을 때다. 오상궁이 나타나서 자기 심부름 다녀왔다고 제 아이라고 보호하는 장면이다. 제가 봐도 멋있더라.
-연기적으로는 달라진 오상궁의 마음을 어떤 식으로 변화를 주려고 했나.
▲사실 지은 씨가 실제로 보면 여리여리하고 진짜 예쁘다. 그래서 세게 못하겠더라. 벌로 책을 들고 있을 때도 그게 진짜 무거웠는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모니터할 때마다 매정하게 보여야 하는데 제 눈빛에서 너무 예뻐하는 마음이 나올까봐 그게 걱정이었다.(웃음) 극중 오상궁이 쓰러지고 난 후 아파서 누워있는데 해수가 죽을 먹여주는데 애교를 부리지 않나. 그때 못이기는 척 먹었을 때 해수를 예뻐하는 마음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실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라고 보면 된다.
-이지은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호흡은 너무 좋았다. 지은 씨가 실제로 보면 정말 말랐다.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입장에서 촬영을 힘들게 하고 있었는데 대견하게 의젓하게 잘하더라. 가수 활동을 하는 배우니까 다르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런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처음부터 그런 편견은 없이 시작했다. 같이 연기하는 배우라고만 생각하고 임했는데, 같이 일해 본 소감으로는 어떤 연기자 선배님들이 말씀하셔도 똑같이 이야기하신다. 예쁘고 성실하고 근성도 있다고. 힘들게 이끌어갔을 텐데 해내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이도 어린 친구인데 저도 그 나이 때 그렇게 못했을 것 같다.
-배우로서 이지은의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배우는 근성이 있어야 한다. 연기가 힘들다고 중간에 포기하면 안 되지 않나. 지은 씨는 본인 스스로 연기가 만족이 안 됐을 때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하겠습니다’하더니 집중해서 해내더라. 그걸 보고 ‘오~ 앞으로도 잘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연기선배로서 도움이 많이 돼줬을 것 같은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본인이 준비를 많이 해왔다. 배우들은 연기하면서 서로 교감한다. 특히 극중 해수가 동굴로 끌고 가서 오열하는 신에서는 지은 씨와 눈을 보면서 하는데 교감이 잘 됐다. 조언은 필요 없었다. 말없이 교감으로 다해냈다.
-죽기 직전 황후 유씨와 비를 맞으며 대화하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연기적으로도 미모도 빠지는 게 없었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스태프들이 많이 배려 해주셨다. 비 신을 찍을 땐 얼굴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는데 따뜻한 물을 준비해주셨다. 그리고 김규태 감독님이 배우들을 많이 아끼신다. 현장에서 큰 소리가 안 난다. 단역부터 많은 배우들과 촬영하려면 큰 소리가 날법한데 무전으로 다 전달하고 큰소리 없이 진행했고 배려도 많이 해 주셨다. 저보단 지은 씨가 석고대죄할 때 더 많이 고생했을 거다.
-비 맞는 신을 보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리즈시절’ 사진도 다시 올라오더라.
▲되게 오래된 사진인데 아직까지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하다. 이제는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까 예쁘기보다는 아름답게 늙어가야지 했는데 이번 ‘달의 연인’으로 예쁘다는 말을 다시 듣고 참 감사할 따름이다. 조명과 카메라 각도가 중요한데, 진짜 예쁜 각을 찍어주셨다.
-꽃황자들과는 많이 부딪칠 장면이 없었다. 아쉽진 않았나.
▲하하하. 아무래도 일단은 제 몫을 다 하고 떠나는 거였고, 그 역할로서는 여한이 없지만 현장이 분위기가 너무 좋다. 감독님도 좋고 배우들도 열정 있고 그건 아무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너무 예쁘고 귀여운 친구들이다. 한참 저에겐 후배들이니까 예쁘고 착하고 그렇더라. / besodam@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