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6일 개막해 오는 15일 폐막하는 가운데 어느덧 중반에 이르렀다.
내부갈등과 영화인들의 보이콧 선언, 자연재해까지 겹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역대 가장 힘들게 막을 열어 많은 이들의 우려 섞인 시선을 한몸에 받아야 했다.
중반부에 다다른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제의 규모나 화려함을 비교하자면 다른 해 보다 축소된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과 영화제를 지키려는 영화인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 가운데 올해 부산을 찾은 스타들이 각종 행사를 통해 남긴 발언들이 팬들을 통해 회자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데뷔 50년 차 신인배우 윤여정, '파격'을 좇는 이유
데뷔 50년 차. 이름 석 자로 영화가 되는 배우 윤여정이지만, 그는 올해 영화 '죽여주는 여자'로 또 한번 젊은 배우도 하기 힘든 파격적인 도전을 꾀했다. 극 중 노인들에게 성을 파는 성 노동자, 일명 '박카스 할머니'로 분한 윤여정은 자신이 이번 작품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
윤여정은 지난 8일, 부산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에서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더 보이는 인터뷰'를 통해 관객 앞에 섰다.
그는 이날 "내가 제일 무섭고 두려운 것은 타성에 젖는 일이다. 신인배우야 말로 가장 무섭고 진정성이 있는 연기를 한다"며 "그래서 항상 도전하고 다른 역할을 시도하고자 한다. 나는 신인이 아니다. 오염된 게 힘들어서 다른 역할을 하려고 시도하는 거다"는 발언으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발언을 해 큰 박수를 받았다.
# "첫눈에 반한 김민희"…김태리의 '아가씨' 사랑
'아가씨'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신예 김태리는 제25회 부일영화상 여자 신인상 수상의 영예를 안는 등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여배우 중 한 명이다.
특히 김태리는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는 가운데서도 '아가씨'에서 함께 호흡한 배우 김민희를 자주 언급해 눈길을 끌었는데 그 가운데서도 부일영화제 수상소감과 '아가씨' GV에서 김민희를 '고양이'에 묘사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태리는 지난 7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25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자 신인상 수상소감으로 "지난 일을 회상하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지만, '아가씨'를 촬영할 당시의 추억이 생각난다"며 "첫눈에 반했던 민희언니"라며 배우 김민희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또 8일 오후 센텀 CGV에서 열린 '아가씨' GV에서 김민희를 고양이에 비유해 눈길을 끌었다. 김태리는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대기실에서 민희 언니가 혼자 쓰는 테이블이 있었다. 그 테이블에는 민희 언니 혼자 앉아있을 수 있었는데 감독님 조차 앉아있지 못했다"며 "그곳에 차분히 앉아 다음 신을 준비하는 민희 언니를 보면서 마치 고양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 독특한 김태리의 표현력을 엿보게 했다.
# 이병헌 그리고 병헌 리, 칠전팔기 할리우드 도전기
이병헌 또한 윤여정과 마찬가지로 지난 7일 영화의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보이는 인터뷰'를 통해 관객과 만나 누적 관객 9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내부자들'과 할리우드 도전기, 자신의 연기철학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병헌은 '믿고 보는 배우'란 수식어에 관해 부담스럽다면서도 계속 듣고 싶은 말이라고 솔직하게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나는 배우로서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분들이 제게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붙여주곤 하는데 부담스러운 동시에 굉장히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겸손하게 인사를 전했다. 이어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최대한 오랜 시간 그런 수식어로 불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식지 않은 연기욕심을 보여 관객들에게 박수 갈채를 받았다.
# 배우로 돌아온 양익준 감독, 영화제를 향한 애정어린 일침
감독에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배우로 무대에 오른 양익준 감독은 영화제에 따끔한 일침으로 화제를 모았다.
양익준 감독은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 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진행된 '춘몽' 기자간담회에서 "사실 올해 부산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말문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영화감독조합에 속한 양익준 감독의 발언인 만큼 그 의미는 더욱 깊었다. 지난해 세월호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으로 내부갈등을 겪게 된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 양익준 감독은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힘줘 말했다.
그는 또 "홀로 공책에 '크레이지 부산, 크레이지 코리아'를 적어보기도 했다"며 "마음속으로는 팬티 한 장만 입고 시위를 하기도 했었다"며 영화인으로서 영화제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한 현재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유를 허락해 주세요."
'돌직구' 대신 한 문장의 글귀로 더욱 짙은 인상을 남긴 이도 있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부산을 찾은 김의성은 지난 6일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서 자신이 손글씨로 쓴 한 장의 종이를 들고 세리모니를 진행했다. 그가 쓴 메시지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자유를 허락해 달라'다.
인자한 미소로 묵묵히 한 장의 종이를 들고 걷는 그의 레드카펫은 누구보다 화려했다. /sjy040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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