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성하가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에서 진짜 악역으로 탈바꿈했다.
조성하는 이 드라마에서 야망 때문에 사랑과 딸을 버린 대선 유력 후보 장세준(조성하 분)으로 분했다. 조성하는 매회 섬세한 표현력과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등장할 때마다 뚜렷한 각인을 남기고 있다. 장세준이라는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으며 극을 풍성하게 만드는 조성하의 연기가 빛났다.
첫 회부터 조성하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최유진(송윤아 분)이 늦게 잠자리에 들어야 할 것 같다는 말에 “나 말고 또 말썽 피우는 사람 있어요?”라며 말을 건넸다. 선도 아닌 듯, 악도 아닌 듯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장세준의 모습은 온전히 아내가 걱정돼 건넨 말이 아님을 알게 했다. 이어 딸 고안나(임윤아 분)가 탈출했다고 하자, “그 아이가 잘못되면 우리 계약도 끝인 거 알죠?”라고 부드럽게 말하면서도 상대방을 한껏 경계하며 경고하는 섬세한 표정 연기를 보여줬다.
조성하는 권력이라는 같은 목표를 두고 최유진과 한 배를 탄 쇼윈도 부부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찰나의 순간이었음에도 장세준이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에게 다가간 장면이다.
장세준은 최유진의 코치에 따라 헝클어진 머리로 부상당한 아내의 병실을 나섰다. 전 국민의 관심이 쏠린 사건이기에 병원은 취재 열기로 달아올랐다. 기자들로 가득 찬 병원 로비에 들어선 장세준은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자조적인 연설을 시작했다. 크지 않은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스레 읊으며 입을 뗀 장세준은 점점 힘있게 자신의 뜻을 외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 ‘장세준’을 외칠 정도로, 장세준의 모습은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정치인이었다.
장세준의 야망이 가감 없이 드러낸 장면이다. 이 장면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연기였다. 조성하는 8분 내내 쉴 틈 없이 쏟아내는 대사를 강약 조절까지 하면서 흐트러짐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8분 연설은 조금의 지루함도 없이 휘몰아치며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장세준은 아현동 참사 5주기 추도미사에 참석했다. 참석하기 전, 딸 고안나(임윤아 분)가 탈출했다는 연락을 받고 성당에 나타나지 못하도록 했다. 미사가 시작되고 수녀들의 성가가 성당 내에 울려 퍼지기 시작하자 수녀들 틈 사이에 서 있는 고안나를 발견했다. 장세준은 성가가 끝나고 모든 수녀가 들어갈 때까지 고안나의 눈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양심의 가책과 불안을 느끼며 덜덜 떨었다. 배우 조성하는 대사 한마디 없이 표정과 눈빛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해냈다.
이날 방송에서 그려진 과거 장세준의 모습과 대비되며 조성하의 연기 내공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불안과 양심의 가책으로 딸 고안나의 시선을 회피하며 고개를 떨군 장세준은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눈빛으로 어린 고안나를 바라보던 장세준과는 확연히 달랐다. 조성하는 뛰어난 표현력으로 두 얼굴의 아버지를 소화했다. / jmpyo@osen.co.kr
[사진] '더 케이투'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