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 진정석(하석진 분)이 대게로 얻어맞거나, 박하나(박하선)가 만취해 주사를 부리거나, 또 기범(키)이가 불쑥 엉뚱한 행동을 할 때,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한다.
또 있다. 극중 민진웅(민진웅)이 강의에서 사용하기 위해 각종 인기 성대 모사를 선보이는 순간이다. 자칭 '성대모사 폭격기'로 불리는 민진웅은 '베테랑' 유아인(1회), '태양의 후예' 송중기(2회), '시그널' 이제훈(3회), '내부자들' 이병헌(4회), 서경석(5회), '곡성' 황정민(6회) 등 '혼술남녀' 속 웃음을 책임진다.
"성대모사가 똑같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웃음) 진짜 똑같이 한하면 정성호 선배님이 배역을 맡는 게 더 나았을지 몰라요. 하지만 그보다는 최소한의 디테일을 살려서 노력하는 모습이 포인트인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하면서 먹고 살려고 애쓰고 있다. 뭐 그런 느낌으로요."
인터뷰를 통해 듣게 된 캐스팅 비하인드도 있었다. 민진웅은 '혼술남녀' 속 성대모사 강사가 아닌, 흙수저 공시생 '김동영' 캐릭터로 오디션을 봤었다는 것. 그러니 민진웅은 애초 오디션 때는 성대모사를 준비하지도 않았고, 연습한 적도 없었다. 때문에 지금 민진웅이 보여주고 있는 성대모사는 '혼술남녀'를 통해 지금의 캐릭터를 꿰차는 과정에서 그가 쏟아낸 땀과 노력의 산물이다.
"'혼술남녀' 오디션을 보던 날, 다른 지상파 드라마 오디션도 함께 봤어요. 그곳에서 김동영 씨를 봤는데, '혼술남녀' 오디션장에서도 또 다시 마주쳤죠. 결과적으로 둘 다 '혼술남녀'만 됐고요.(웃음) 심지어 저희 둘 다 '흙수저 공시생' 캐릭터로 오디션을 봤어요. 제작진이 저한테 '성대모사 잘하냐?'고 물으셔서 '못한다'고 답했는데, 유아인의 '어이가 없네'를 시켰죠. 근데 성대모사에 예상 외로 빵터졌어요. 이후 몇 번 더 제작진을 만나 거듭 오디션을 보고, 지금의 '성대모사 강사' 민진웅 캐릭터로 캐스팅 됐어요."
단지 성대모사와 웃음만은 아니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민진웅이란 캐릭터는 감춰졌던 아픔이 서서히 드러나, 보는 이를 애잔하게 만들었다. 밤 10시마다 울렸던 알람은 와이프 호출이 아닌, 아픈 어머니가 계신 병원으로의 방문이었다. 결국 '혼술남녀' 10회(10월4일)에서 학원 강의를 하느라 어머니 임종도 지키지 못하는 민진웅의 모습이 그려졌다. 장례식장에서 그가 자책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음소거 눈물'로 불리며, 인상 깊은 장면으로 회자됐다.
"모든 게 김원해 선배님 덕분이에요. 풀샷을 찍는데도, 김원해 선배님이 일어나 걷는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주체가 안 될 정도로 감정이 터져버렸어요. 이후 2인 바스트샷을 다시 찍어야 했는데, 마음을 진정시키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어요. 연기신(神), '원해신'이에요. 저는 김원해 선배님의 빠 맞습니다. 연기하면서 너무 많은 가르침을 받고 있어요."
혹시 그래서일까. 김원해가 얼마전 개봉한 영화 '아수라' 배우들과 함께 게스트로 출연해 추격전을 펼쳤던 예능 '무한도전'은 민진웅이 꼭 한 번 출연해보고 싶은 예능으로 손꼽았다. 라디오 프로는 자신의 군생활에 웃음을 줬다는 '컬투쇼'가 무조건 1순위다.
"얼마전 '혼술남녀' 촬영장을 '무한도전' 팀이 지나갔어요. 운동복을 입고 유재석 '님'이 뛰어갔죠. 촬영팀 모두가 멈춰서 영접했어요.(웃음) '무한도전'은 가장 즐겨보는 예능이에요. 본방을 놓치면 유료결제로 챙겨봐요. 꼭 나가보고 싶은 프로죠. 라디오는 무조건 '컬투쇼'요! 이동할 때는 라디오를 들어요. 특히 '컬투쇼'는 제가 군대 시절에, 처음으로 웃게 해준 방송이에요. 군대에서 라디오를 듣는데, 웃겨도 웃을 수 없었거든요. 근데 간부님이 '컬투쇼' 때문에 웃음이 터진 거에요. 그 뒤로는 저희도 '컬투쇼'를 들으며 웃을 수 있게 됐어요. 요즘에도 '컬투쇼'에 출연하는 지인들에게 '너네 진짜 떴다'고 연락하며,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꼭 좀 불러주세요." / gato@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혼술남녀'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