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은 꾸밈없고 솔직하다. 자신의 허물까지 스스럼없이 밝히는 편이다. 자신의 허물까지 솔직하게 밝히는 용기있는 70대 여배우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 주자로 나서 가장 두려운 것에 대해 말했다.
윤여정이 두려워 하는 대상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윤여정이 가장 무서워 하는 것은 죽음, 노후, 자녀문제 등이 아닌 '타성에 젖는 것'이다. 누가 그녀를 '꼰대'라 부를 수 있을까.
윤여정은 지난 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열린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에 마지막 게스트로 참석했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로 오픈토크에 오른 그녀는 해당 작품 외에도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지난 50년의 연기인생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윤여정의 오픈토크는 앞서 오픈토크를 나섰던 이병헌 손예진보다 많은 관객들을 동원했고 50년차 여배우의 존재감을 느끼게 했다.
윤여정은 이번 '오픈토크'에서 데뷔작 '하녀'부터 현재 '죽여주는 여자'에 이르기까지 50년 연기생활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자신의 연기 인생을 통해 자신보다 관객들에게 '주인공이 되겠다'는 마음부터 버리라고 충고했다. 윤여정은 "늘 주인공일 수 없다. 나는 형편을 가리지 않고 다했다. 여주인공이란 자리에서 내려와 조연으로 가면 다들 괴로워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는 형편이었다"고 자신이 지금의 자리에 있게된 계기를 전했다.
돈에 무게를 두고 꿈을 꾸지 말라는 충고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는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면 돈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며 "그렇게 일을 하다보면 언젠가 누군가가 당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날이 온다. 나의 아들한테도 그렇게 불평하지 말고 열심히 하란 충고를 한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윤여정이 '죽여주는 여자'에서 성노동자 역할을 맡은 이유. 그는 "내가 제일 무섭고 두려운건 타성에 젖는 거다"며 "많이 오염됐다고 볼 수 있다. 신인이 잘할 때 제일 무섭고 진정성있고 아름답다. 나는 신인이 아니다"고 현실적으로 자신을 평가했다. 그는 "오염된 게 힘들어서 다른 역할을 하려고 시도하는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동시에 사회의 차별에 맞서는 소수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대신 내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막연한 낙관론자가 아닌 합리적인 실용주의, 가시돋힌 듯한 말투에 담긴 꽃같은 진심, 타성에 젖지 않겠다는 순수한 마음. 모든 2030 청춘과 영화 후배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윤여정은 오늘도 아름답다. /sjy0401@osen.co.kr
[사진] OSEN DB, 영화 '여배우들'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