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로 만난 남녀가 결국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사실 널리고 널렸다. 이 뻔한 전개가 법정에서 펼쳐지니 또 새롭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 주진모가 최지우를 향해 펼치는 밀고 당기기 기술은 완벽한 양념이 됐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에서는 의료사고 소송을 놓고 승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골든트리 로펌 식구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사무장 차금주(최지우 분)는 술집 마담으로 변장하고 피고 심원장(김원해 분)에게 접근하는 등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몸사리지 않는 증거 수집 방식을 택했다. 함복거(주진모 분)도 한결 같았다. 그런 금주를 칭찬하기는 커녕 “위문공연이라도 다녀왔나”라며 비아냥댔다.
앞서도 복거는 금주와 맺은 계약을 들먹이며 그를 약올렸고, 금주 역시 이에 지지 않고 복거에게 맞섰다. 이로부터 발생하는 팽팽한 긴장감도 있었지만, 여기까지만 보면 두 사람은 도저히 연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모르는 재판은 그만 접으라”는 복거와 발끈해 사건 개요를 자세히 설명하는 금주는 아무리 봐도 앙숙 이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복거는 로펌 대표 구지현(진경 분)의 걱정에도 아랑곳 않고 금주를 괴롭히는 한편 들이댔다. 남편과의 이혼을 정리하고 황망해하는 금주를 우연히 발견한 복거는 그를 따라갔다. 과거 복거에게 “자고 갈래요?”라고 했던 금주의 말을 상기하며 “오늘도 혹시 기회가 있나. 나 기대하고 왔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가 하면 승소에 있어 중요한 열쇠가 될 의사를 쫓아 맨발 투혼을 펼친 금주를 막아 세우고는 뜯어진 치마를 가디건으로 가려 주는 자상한 모습도 보였다. 그 와중에도 “난 내가 고용한 사람이 품위 없는 걸 대단히 좋아하지 않는다”고 차가운 소리를 해 대기는 했지만. 금주의 부탁을 받고는 얼굴을 팔아가며 재판을 지연시키기까지 한 복거는 결국 금주를 법정의 프리마돈나로 만들어 줬다.
승소 회식을 하던 도중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 자리를 뜨던 복거가 마석우(이준 분)에게 “오늘 이 여자, 당신이 꼭 책임져”라고 말하던 대목은 이날 방송의 설렘 포인트다. 칼을 맞고 쓰러져 있던 그를 발견한 금주가 다가가자 그대로 품으로 끌어 당기는 부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복거를 둘러싼 비밀 역시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볼거리지만, 그가 금주를 상대로 펼치는 현란한 밀당 기술을 빼 놓고 이 드라마를 논하기 힘들다. 복거가 금주의 철벽을 허물고 결국 그를 함락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캐리어를 끄는 여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