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정준하는 생애 첫 연예대상을 받을 수 있을까.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온갖 벌칙 수행을 하며 한해를 바쁘게 보내고 있는 정준하가 2016 MBC 방송연예대상의 흥미로운 관전 지점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무한도전’에서 멤버들간 벌칙을 안기는 특집이었던 ‘행운의 편지’에서 무려 4개의 벌칙에 당첨됐기 때문. 북극곰을 만나러가고, 박명수의 몸종이 되며,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도전, 그리고 무서운 롤러코스터 탑승까지 해내야 한다. 이 때문에 이 벌칙을 모두 수행하면 방송연예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아야 한다는 네티즌의 우스갯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괄목할 활약을 했다는 뜻일 게다.
김태호 PD는 정준하가 모든 벌칙을 받으면 대상 가능성이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전제한 후 이야기를 이어갔다. 모두 알다시피 김 PD에게 대상 선정 권한이 있는 게 아니다.
“본인이 아무 생각도 없는데 주변에서 자꾸 받을 것 같다고 하면 나중에 실망감으로 돌아올 것 같다. 그래도 많은 시청자들이 벌칙을 모두 수행하면 대상을 받는 것 아니냐고 말씀을 하시는 것 자체가 올 한 해가 정준하 씨의 해로 마감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의미 아닐까. 그게 중요한 것 같다. 2016년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준하 씨의 활약이 돋보였다면, 그런 활약을 인정받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 같다.”
‘무한도전’은 길, 노홍철, 정형돈이 이유는 다르지만 차례대로 하차한 후 일부 멤버들만 돋보인다는 아쉬운 시선이 존재한다. 큰 중심축인 유재석이 만드는 웃음 의존도가 크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인적구성에서 그렇다. 양세형 씨가 도와주고 있고, 광희 씨는 차츰차츰 역할 찾아가는 것 같다. 박명수 씨는 원래 활약을 할 때는 엄청난 활약을 하고 쉴 땐 쉬는 캐릭터였다. 지금만 그런 게 아니다. 정준하 씨가 최근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 하하 씨는 꾸준히 한다. 하하 씨 역할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유재석 씨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제일 먼저 캐치하고 리드해준다. 야구로 치면 리드오프다. 진행방향에 대해 캐치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판을 깔아주는 역할도 한다. 가끔씩 다른 멤버들 건드리는 역할도 하고, 하하 씨가 전방위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제작진이 좋아한다. 가끔씩 하하 씨 역할에 대해 잘못 오해하거나 내막을 모르는 시청자 분들이 있을 수 있다. 되게 나서고 형들에게 버릇없게 보일 수 있는 게 안타깝다”
하하는 최근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재미를 위해 행동하는 예능 캐릭터 때문에 오해를 받는 일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태호 PD의 이야기 역시 같은 맥락일 터다.
“하하 씨는 어떻게든 예능을 만들어가려는 사람이다. 예능인은 주어진대로 가는 건 재미없다.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게 멤버들의 순간적인 판단들이다. 판단력은 하하 씨가 좋다. 그래서 하하 씨가 좋은 출연자다. 가끔씩 재미를 위해 결과적으로 누구한테 고생을 시키거나 무리를 가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하하 씨가 그런 비판을 감당하고 있다. 우리의 기획의도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행운의 편지’ 때 갈등을 만들어주는, 개성 강한 캐릭터가 필요했었다. 그런 특집에서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게 하하 씨다.”
그랬다. 방송 11년인 ‘무한도전’은 참 개성 강한 인물들이 가득했다. 초창기 어디서 이런 조합을 생각했을까 의문이 들 정도로 좌충우돌 예능 캐릭터들이 만나 참 산만했고 거기서 웃음이 형성됐다. 그 개성이 11년이 되니 친근하게 다가오는 한편, 익숙함에서 오는 어느 정도의 지루함이 있을 수 있다.
“버라이어티가 제일 재밌을 때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사는 3개월부터 1년까지인 것 같다. 그때는 뭘 해도 시청자들이 본다. 1년 후부터 문제다. 같은 시즌이 돌아오고 한 번씩 겪은 일을 하기 시작할 때부터 제작진의 고민이 시작된다. 매년 봄이 온다고 봄 소풍을 갈 수도 없고, 가을이 온다고 가을 운동회를 할 수도 없다. 예능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계속 성격이 바뀌는 건 문제가 있지 않을까. 같은 사람이 이만큼 갖고 있는데 그걸 계속 노출하다보면 채우는 시간보다 드러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거다. 익숙함이라는 것? 부정할 수 없지만 멤버들과 제작진이 계속 고민하는 건 익숙한 인물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가지고 지난 몇 년간 끌고 온 거다.”
제작진도 변화는 늘 고민해왔다. 그래서 11년간, 그리고 500회 동안 방송할 수 있었다.
“가끔 우리끼리 소소한 이야기를 한다. 재밌지만 뻔한 이야기다. 변수를 가해 촬영을 했는데 방송에 안 나가는 일도 있다. 변수를 위해 규모를 키울 때도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규모를 키운 후에는 다시 규모를 줄이는 기획까지 생각하고 한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