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500회를 넘어 1000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방송 11년, 국민 예능프로그램으로 불리는 ‘무한도전’은 늘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있는 중이다.
분명히 무형식이라는 강점이 있었는데, 1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방송되다 보니 어느 정도의 인기 있는 특집이 순환되고 반복으로 느껴지는 순간도 존재한다. 틀이 생겨 제작상에서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무한도전’에게 자가 복제라는 한계로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김태호 PD도 계속 고민을 해왔던 문제다.
“어떤 아이템을 정성 들이고 그럴싸하게 만드는데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물리적으로 힘들다. 목요일 녹화를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다. 그 전에는 전주 방송을 위해 시간을 쓴다. 그렇게 짧게 준비해서 재밌게 만드는 게 힘들다. 우리가 가끔 1회용을 2회로 늘려 방송을 하는 것은 공을 들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음 방송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 벌이용일 때도 있다. 시청자들이 타이트하고 긴장감 있는 콘텐츠를 볼 수 있게 우리가 제작하는 시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번 ‘무한상사’는 진행하면서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올 연말과 내년 초까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정말 좋았다. 시간적인 여유를 갖는 것, 회사에도 말해봤지만 결국 우리가 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에 3개월간 ‘무한도전’이 쉴 경우, MBC에서 3개월 동안 그 시간에 무슨 방송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
늘 필요성이 강조되는 ‘무한도전’의 시즌제, 현실적으로 충성도 높은 팬덤이긴 하지만 ‘무한도전’ 없는 몇 개월을 기다려줄까.
“방송상에서 경고는 했다. 이런 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런데 결국 우리에게 책임이 넘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 책임인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막막했다. ‘무한도전’ 전문가는 MBC 내부에서 우리밖에 없다. 답을 우리가 찾는 게 맞다고 본다. 그래도 시스템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다.”
500회가 지났다. ‘오래 오래 해먹자’라는 시청자들의 바람이 가득하다. 1000회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 몇 년을 더 끌고 갈 수 있을까.
“나도 500회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못했던 터라, 매번 새로운 걸 한다고 해도 완전히 새로운 걸 할 수 없다. 제일 중요한 프로그램 구성 요소는 출연자들이다. 출연자들이 가지고 있는 색깔, 그리고 여기에 새로운 화두를 던질 수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모습은 힘들다.”
김태호 PD가 생각하는 ‘무한도전’이 현재 고민하는 것은 무엇일까. 큰 그림을 그려가며 다양한 특집을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내는 ‘무한도전’ 연출자인데, 답은 정말 간단했다.
“어떻게 하면 마음에 드는 특집을 할 수 있을까, 이다. 출연자들이나 우린 부족할 때와 민망할 때가 있다.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방송을 내는데 우리가 생각한 그림이 아닐 수도 있다. 100% 만족하고 나가는 그림은 없다. ‘무한도전’ 내에서의 고민은 그런 거다.”
김태호 PD는 연출자인 동시에 ‘무한도전’ 기획을 맡고 있는 ‘무한도전’ 책임 프로듀서다. 명함에는 ‘무한도전’ 팀장이라고 박혀 있다.
“지금은 프로그램 브랜드 관리까지 책임져야 한다. 또 인적 구성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후배 PD와 작가 등 인력 관리도 해야 한다. 할 일이 많아졌다. 프로그램 고민만 해도 부족한데 이젠 오후까지 제작 외 업무를 하다보면 시간이 많이 간다. 가끔 내가 프로그램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답은 없다. 답은 나한테 돌아온다.”
멤버들도, 제작진도, 그리고 시청자들도 흘러간 세월만큼 나이가 들고 있다. 젊은 시청자들을 유입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을까. 물론 2049 시청률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고, 매회 1300만~1800만 유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특집에 따라 최고 2000만 다운로드가 되기도 한다.
“어떤 아이가 케이블 채널에서 ‘무한도전’ 7년 전 방송을 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젠 시청자들이 자녀와 보는 시청자들이 많다. 멤버들도 어린 세대를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대로 기존 팬들이 소외감 느끼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문화 트렌드 소화하려고 한다. 우리 프로그램 타깃은 2049이긴 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유입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2008년도에 시청률 30% 넘었을 때 혼란스러웠다. 원래는 마이너 감성이었는데, 댄스 스포츠 하면서 국민 프로그램이 되다보니까 예전 감성을 이해 못하는 시청자들이 유입됐다. 새로 유입된 시청자들에게 멤버들에 대한 캐릭터 설명하기 위해 ‘빨간 하이힐’ 특집과 정형돈 씨가 이사 하는 모습을 방송했다. 그런데 기존 시청자들은 했던 이야기를 또 하는 거니까 그 때 혼란스러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타깃이 명확하게 정해졌다.”
양세형은 올 중반부터 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다. “도움을 주고 있다”는 유재석의 소개 이후 공식적으로 양세형의 고정 출연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선을 긋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여전히 ‘반고정’이라는 시선이 있다.
“양세형 씨가 고정이다, 아니다고 말하는 게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킨다. 멤버다, 아니다를 확고하게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필요하다면 할 거다. 양세형 씨는 이번 주, 다음 주, 그리고 앞으로도 나올 것이고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양세형 씨도 로열티를 갖고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그가 고정 멤버라고 했을 때 분명히 예전 멤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올 거다. 시청자들이 판단하는 기준도 다를 거다. 도덕적인 잣대 이야기도 나올 거다. 광희 씨와 양세형 씨는 다르다. 광희 씨는 식스맨 특집을 통해 당시 유망주였던 상황에서 뽑혔다. 양세형 씨는 이미 예능에서 맹활약하던 대세였다. 양세형 씨는 이미 6개월간 왜 자신이 필요한지 방송을 통해 스스로 보여줬다.”
하차한 멤버들의 합류 여부에 대해 차근차근 논의하겠다고 방송을 통해 이야기했던 ‘무한도전’이다. 정형돈은 제작진, 멤버들과 논의 끝에 부담감을 이유로 최종 하차했다. 명확하게 공식적으로 발표까지 했다. 남은 전 멤버는 길과 노홍철이다. 이들이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언제나처럼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이들의 복귀를 정말 논의하고 있는 걸까.
“항상 그런 질문에서 빠지는 게 있다. 그들의 생각이다. 본인들에게 물어본 사람이 있을까? 우리가 그들에게 물어보면 (복귀가) 아니라는 답을 듣는다. 만약에 오더라도 두 사람이 같이 왔으면 좋겠다. 정형돈, 노홍철, 길 등 전 멤버들과는 꾸준히 연락을 한다. 오랫동안 출연했던 이들이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의 끝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프로그램이기에 언젠가는 종영이라는 순간을 맞게 될 터. 프로그램 제목대로 끝도 없이 도전하기 바라는 게 시청자들의 마음이겠지만 말이다.
“끝은 내가 아니었으면 했다. 항상 그 생각을 했다. 만약에 이번 주까지만 하고 다음 주부터 빠지라고 해도 서운하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사실 다른 스토리텔러가 진행했으면 더 재밌는 특집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한도전’을 자동차에 비교를 많이 한다. 멤버들이 보여주는 자동차 형태와 성능, 페이스는 지금도 진화를 하고 있다.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자동차에 담긴 성능인 이야기를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어려운 일이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