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건방지게 행동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자긍심이 생긴다. 지금 이 촬영장을 봐라. 저 사람들이 일하는 게 재밌어 보이지 않나?”(이경규)
방송인 이경규는 예능 대부라고 불린다. 그가 1981년 데뷔한 후 걸어온 길에는 예능 역사에 길이 남을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콩트부터 시작한 그는 몰래 카메라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시초를 다졌고, 전국의 양심을 가진 소시민들에게 상을 안기는 ‘양심 냉장고’, 그리고 대형 스포츠 이벤트마다 우리를 울렸던 ‘이경규가 간다’를 이끌었다.
정체돼 있지 않았다. 스튜디오 예능프로그램이 일색일 때는 흔히 말하는 입을 털며 웃겼고, 야외 예능이 대세가 된 후에는 촬영이 힘들다고 웃기기 위해 농담하면서도 꿋꿋이 발품을 팔았다. 네티즌과 소통하는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예능인의 무덤이라는 편견을 뒤엎었고, 지난 해 ‘무한도전’에 출연해 굳이 간판 MC가 아니더라도 큰 재미를 안기며 최고의 예능인의 자리를 지키는 저력을 다시 보여줬다.
이경규는 현재 MBC에브리원 예능프로그램 ‘PD 이경규가 간다’를 통해 연출자로 나서고 있다. 출연도 함께 하지만 그의 진짜 역할은 기획부터 섭외, 그리고 연출과 편집까지 제작 전반에 걸쳐 활약하는 일이다. 이경규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늘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비결에 대해 “사실 난 잃어버릴 게 없다. 건강만 잃어버리지 않으면 된다. 프로그램은 망하더라도 어떤 스타일이든 시도하면 된다. 개의치 않는다. 10개 도전해서 3개만 성공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의 답변은 인기의 밀물과 썰물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일만 묵묵히 하기에 34년간 활동할 수 있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이경규가 함께 일하는 제작진은 하나 같이 젊다. 이 노장 예능인은 현존하는 방송 국장보다 나이가 많고 선배다. 제작진이 이경규를 어려워하고 함께 일하기 꺼릴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경규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내가 그 사람들에게 내 진심을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잘 하려고 제작진을 들볶아도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제작진이 안다면 나를 도와줄 거다. 나는 이제 혼자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나이가 아니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스스로의 한계를 알기에, 젊은 제작진과 호흡을 잘 맞추기 위해 그들에게 자신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그래서 빠르게 변화하고 늘 새로운 인물을 찾는 방송가에서 이경규가 무려 30년이 넘도록 방송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경규는 인터뷰 말미에 방송 활동이 참 재밌다고 말했다. 당시 촬영 마무리를 하던 ‘PD 이경규가 간다’ 제작진의 분주한 움직임을 가리키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외국에 가서 그 나라 사람들이 TV에 나오면 신기하다. 그때 ‘아 내가 하고 있는 게 재밌고 신나는 일이구나’라는 것을 자극받는다. 그렇다고 내가 건방지게 행동하면 안 되지만 그래도 자긍심이 생긴다. 지금 이 촬영장을 봐라. 저 사람들이 일하는 게 재밌어 보이지 않나?” / jmpy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