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개그하면 유해진이라고 꼽힐 정도로 ‘삼시세끼-고창편’ 속 유해진은 시기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말장난을 남발했다. 하지만 ‘럭키’ 속 유해진은 말장난하지 않는다. 영화 속 상황과 극 중 인물 간의 긴장감을 이용해 관객의 상상을 뛰어넘는 코미디 연기를 펼친다. 코미디 연기의 장인 다운 솜씨다.
‘럭키’는 성공률 100% 완벽한 킬러 형욱(유해진 분)이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져 과거의 기억을 잃은 뒤 무명 배우 재성(이준 분) 삶을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유해진 하면 코미디고 코미디 하면 유해진다. ‘럭키’에서 형욱은 나이만 언급해도 웃길 정도로 모든 장면이 다 코믹하다. 유해진은 “아재 개그하고 영화 속 코미디와도 다르다”며 “영화에서 아재개그를 남발하면 못 본다. 작품에서 원하지 않는다. 상황이 주는 코미디를 좋아한다. 말장난 가지고 웃기지 않는다”고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유해진이 ‘럭키’에서 전하고 싶은 것은 단순한 것이다. 바로 하찮은 삶은 없다는 것 유해진은 “결과적으로 하찮은 삶은 없다”며 “과거에 연극하던 시절에 많이 혼나고 나서 ‘하찮은 배우도 있어도 하찮은 배역은 없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감동한 것이 기억에 난다. 진짜로 그런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다. ‘럭키’에서도 그런 메시지를 강요하거나 신파로 던지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원톱 주연으로 영화를 이끄는 유해진에게도 누군가에게는 하찮게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유해진은 그때의 경험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무려 15년 전 ‘무사’ 개봉 당시의 일이다.
“예전에 경희대 근처에 처음으로 혼자서 살았던 집이 있다. 평화의 전당 가끔 지나가면서 본다. 집 위에 장독대 있어서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이 살려고 만든 집은 아닌 것 같다. 비가 잘 새고 결로현상이 심했다. 도배를 하면 곰팡이가 피었다. 그 집 주인이 무명배우인 저의 정체를 궁금해한 것 같다. 낮에 집에 있고 일을 안 하는 것 같은데 월세를 밀리지 않으니까. 그러다가 명절쯤 개봉한 영화 ‘무사’를 보고 가서 저의 직업을 알게 되면서 놀라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럭키’에서 연기하는데 보탬이 됐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배우로 살아갈 유해진에게 있어서 직업으로서 배우는 어떤 의미일까.
“어딜 가면 유해진 앞에 배우라는 말이 붙는다. 그 말이 덜 민망할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나. 그것은 흥행과는 상관없다. 누군가 제 이름을 들었을 때 ‘아직도 배우를 하고 있다’니 요렇게 되면 알아서 그만둬야 하지 않나 싶다"/pps2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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