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김태리·심은경·윤여정, 스크린 우먼파워
OSEN 성지연 기자
발행 2016.10.14 07: 52

항상 그랬지만, 올해도 마찬가지다. 남성 배우들의 활약이 도드라진 국내 영화계에서 여배우들의 설 자리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충무로 상황은 여전히 유지됐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영화인은 '여배우 전성시대'에 대해 언급하며 각종 시상식을 통해 '여자배우들이 마음껏 연기할 수 있는 환경'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좋지 않은 상황 속에도 당당하게 타이틀롤을 거머쥐고 남다른 존재감을 내뿜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충무로에선 3명의 여배우를 꼽을 수 있다. 김태리와 심은경 윤여정이 그 주인공. 3명의 배우는 최근 개봉한 혹은 개봉을 앞둔 작품에서 당당하게 타이틀롤을 거머쥐며 작품성과 화제성 모두를 거머쥐었다. 

김태리는 올해 충무로의 '대발견'이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눈에 들어 영화 '아가씨'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해 데뷔한 그해 제25회 부일상 여자 신인 연기상을 받는 영예를 얻었고 탄탄한 팬층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김태리는 지난 6월 개봉한 '아가씨'에서 소매치기 고아 소녀에서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 분)를 보살피기 위해 하녀로 분한 숙희 역을 맡아 연기했다. 
김태리는 숙희로 복합적인 감정을 히데코를 연기한 김민희와 공유하며 맞서야 했다. 신예에겐 쉽지 않은 일일터. 하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김태리의 자연스러움은 되려 숙희가 가질법한 거친 질감을 오롯이 표현했고 김태리의 소녀 같은 외모와 어우러져 오묘한 느낌으로 관객에게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김민희와 함께하는 장면에서 설익은 연기가 몰입감을 헤친다는 느낌은 없었다.
극장 밖에서 본 김태리는 '아가씨'와는 또 다른 모습이어서 성숙한 언행으로 영화를 향한 진지한 고민을 엿보게 했다.
그는 현재 차기작으로 임순례 감독의 '리들 포레스트'를 결정짓고 내년 1월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리틀 포레스트'는 일본 3대 만화상인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에 노미네이트된 이라가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고단한 도시의 삶을 피해 시골 고향 집으로 내려간 주인공의 이야기를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음식과 함께 담을 예정이다.  
김태리의 선배 심은경은 그보다 배는 바쁘다. 지난 2014년, '수상한 그녀'를 통해 20대 여배우의 무서운 저력을 보인 심은경은 당장 '걷기왕' '궁합' '조작된 도시'등 3편 이상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개봉하는 작품은 오는 20일 개봉하는 '걷기왕'이다. 백승화 감독이 연출한 영화 '걷기왕'은 심은경이 촬영한 여타 작품보다 비교적 크기는 작지만, 심은경이 강력하게 원해서 출연을 결심한 작품이라 눈길을 끈다.
영화는 선천적 멀미 증후군이 있는 만복이 경보를 시작하며 삶 자체가 변화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심은경은 만복 캐릭터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심은경은 "어릴 적 자신과 닮은 구석이 많아 꼭 출연하고 싶었다"며 '걷기왕'을 통해 꿈과 희망이 없이 적당히 살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향한 용기와 응원을 건네고 싶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는 '걷기왕' 외에도 이승기와 함께한 궁중 로맨스 '궁합'과 박광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지창욱 오정세 김상호 안재홍과 함께한 '조작된 도시', 최민식 곽도원과 함께한 '특별시민'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그의 다채로운 변신을 기대하게 한다. 
70대 여배우지만, 여배우 윤여정이야말로 김태리 심은경을 넘어서는 충무로 우먼파워를 보여주고 있는 주인공이다. 
올해 '계춘할망'과 '죽여주는 여자'를 통해 관객을 만난 윤여정은 특히 '죽여주는 여자'에서 남성 노인에게 성을 파는 일명 '박카스 할머니'로 분해 누구보다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꾀했다. 
사회적인 존경을 받는 여배우가 하기 힘든 선택을 한 윤여정의 과감한 선택은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죽여주는 여자'의 경우 예산이 큰 작품도 아니어서 더욱 그랬다.
이와 관련해 윤여정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더 보이는 인터뷰 오픈 토크'에 참석해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오염되는 것이다"며 오래된 배우의 매너리즘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예고했다. 무대에서 죽겠노라 외치며 화사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sjy0401@osen.co.kr
[사진] OSEN DB,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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