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이라는 소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작품과 금기를 넘어선 아름다운 로맨스. 아직도 둘 사이에서 평이 오가는 '공항가는 길'(극본 이숙연/연출 김철규/제작 스튜디오 드래곤)은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까.
KBS 2TV '공항가는길'은 자극적 소재를 아련한 감성으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주인공들인 두 사람 최수아(김하늘 분)와 서도우(이상윤 분)는 불륜에 빠져있다. 하지만 전 우주가 온 맘을 다해서 엮는 절절한 로맨스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어딘가 서로 닮은 듯한 분위기의 김하늘과 이상윤은 전에 보지 못한 감성적인 케미스트리를 만들어가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난 13일 방송에서는 두 사람 사이를 알아차리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져 전개의 폭을 더했다.
이 날 '보고싶다'라는 서도우의 연락을 받고 달려간 최수아는 그와 진한 키스를 나누고 밤을 함께 지새웠다. 그래도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 사이'를 원하고 있지만 남자주인공의 아내, 여자주인공의 친구 등 주변사람들이 차례로 두 사람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비밀은 깨지고 변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두 사람의 키스신은 절절했지만 그 만큼 보기 불편했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굳이' 그런 표현을 넣지 않아도 두 사람의 마음을 알겠는데, 불륜이라는 소재 때문에 아무래도 거슬린다는 의견이다.
사실 드라마 속 키스신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불륜'이란 금기시된 소재가 시청자들과 주인공들 사이의 거리를 넓히고 있다.
더불어 이 드라마에는 이른바 막장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출생의 비밀도 있다. 그 동안 '공항가는 길'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것 중 하나가 애니(박서연 분)와 김혜원(장희진 분)의 관계. 서도우는 미혼모였던 김혜원이 딸 애니를 홀로 키웠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와 결혼했고, 애니를 친딸처럼 아꼈다.
그러나 혜원과 애니 사이 비밀이 존재했음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김혜원이 아이를 낳았지만, 그 아이를 키운 것은 혜원이 아니라 아이의 친부였음이 드러난 것. 혜원을 향한 서도우의 신뢰는 깨져버린 상황이다.
과연 '공항가는 길'은 이런 소재주의에 함몰되지 않은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지극히 현실적이거나 아니면 막장이거나. 반응들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들 중 가장 문제작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 nyc@osen.co.kr
[사진] '공항가는 길' 캡처,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