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영화와 관련된 행사에서 이 사람이 없으면 진행이 안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이가 있다. 바로 방송인 박경림이다. 그녀는 대다수 영화의 제작보고회 진행을 도맡고 있다. 그만큼 영화계에서도 그녀를 신뢰하고 있다는 걸 짐작해볼 수 있다. 영화 기자들에게는 많으면 일주일에 세 번도 만날 수 있는 익숙한 그 목소리. 노련한 진행 솜씨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스타들도 박경림의 앞에서는 보다 더 자신의 내보인다. 그만큼 오랫동안 영화 행사에서 그녀를 봐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작보고회라는 개념도 없었던 지난 2000년 영화 ‘버스, 정류장’를 소개했던 것이 인연이 돼 벌써 16년 동안이나 영화 행사를 도맡아 했으니 이쯤 되면 영화인이라는 설명도 가능하다.
그런 그녀에게 지금까지 진행했던 행사들을 통틀어 담겨 있는 추억과 가장 인상적인 순간들에 대해 물었더니 모든 순간들이 다 인상적이었다는 애정 어린 답변이 이어졌다. 여기에 영화 행사 전문 MC라고도 불리는 요즘 진행자로서의 사명감을 드러냈다. 궁극적인 밑바탕에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다음은 박경림과 나눈 일문일답.
-영화를 원래 많이 보시는 편인가.
▲워낙 좋아했다. 매일 버스타고 종로 서울극장에 갔다. 그때는 극장마다 티켓이 달랐는데 그걸 모으는 재미도 있었다. 1년에 많이 보면 150편 봤다.
-영화가 왜 좋은가.
▲영화가 주는 행복이 되게 크다. 영화는 내 현실을 잊게 해주지 않나. 내 현실을 변화되게 해주는 게 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곳으로 나를 데려간다. 어디론가 데려가서 그 공간에 두 시간동안 오롯이 있게 해준다. 현실로 돌아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깨닫게 된다. 안 그래도 좋아했던 일을 하고 있어서 굉장히 감사하다.
-영화 전문 MC라고도 불리고 있는데, 첫 행사 기억나는가.
▲진짜 처음한건 2000년도 영화 ‘버스, 정류장’ 때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님이 부탁하셔서 동숭아트센터 1층 로비에서 영화계 인사들을 초대해서 ‘저희 이번에 이런 영화가 나옵니다’라며 먼저 인사드린 자리였다. 그땐 제작보고회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보면 영화 개봉 전에 꼭 해야 하는 행사가 됐다. 어쩌다 보니까 농담반 진담반으로 감독이나 배우들과 만나면 영화인이라고 부르신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젠 박경림 없는 행사는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돈데.
▲전작에서도 만나고 그 역사가 같이 쌓이는 것 같다. 즉 필모그래피가 함께 쌓이는 것 같다. 연기변신도 빠르게 캐치할 수 있고 감정을 같이 갖고 가니까 편안한 것도 있다. 기자 분들도 자주 뵙다 보니까 각자 선호하는 자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웃음) 모두가 자기의 역할이 있지 않나. 저는 짧게는 1년 길게는 5~6년 준비한 영화를 1시간 안에 의미를 전달해줘야 하는 역할인 거다. 배우는 어떻게 임했는지 전달하는 거고 감독은 어떤 의도로 찍었고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지 전달해야하고 기자는 대중에 전달하고 소통하는 역할이다. 모두가 만족해야 하는 자리가 바로 제작보고회와 같은 자리가 아닐까. 저는 전달이 잘 되도록 중간에 정리하는 역할인 거다.
-배우들을 풀어지게 하는 비결이 뭔가.
▲즐거운 게 좋다. 영화가 설령 심각하더라도 행사가 심각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행사는 모두가 즐거워야 한다. 대신 메시지는 강렬하게 전달하는 거다.
-지금까지 제작발표회나 무비토크를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이 언젠가.
▲어떻게 보면 획일화된 대답일 수 있지만 매 작품 인상적이다. 새로운 부분을 알게 되고 배우들을 점점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김윤석 씨는 아귀 같은 역할을 하셔서 무서울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재치 넘치시다. 매순간 다른 면을 본다는 게 저에게는 너무 의미가 있다. 김혜수 씨 같은 경우는 냉철하고 서울 여자 같은 역할을 맡는데 허술한 부분도 있고 허당기가 있는 거다. 그게 이분의 또 매력이다. 기억에 남는 건 ‘명량’을 제작보고회를 하는데 박보검 씨가 나왔다. 그때 감독님이 이 친구의 역할은 굉장히 작지만 이 영화계를 짊어지고 나갈 사람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차이나타운’에서 만날 땐 더 반갑더라. 그런 신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신인의 탄생과 굳히기, 재조명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박보검에 대한 애정은 워낙 유명하다.
▲애정은 더 생기면 더 생겼다. 화초저하가 아닌가. 어디 박보검 뿐이겠나. 제작보고회하면서 만났던 ‘악의 연대기’의 박서준, ‘글로리데이’의 류준열 등 시작을 함께 했다. 드라마를 많이 했어도 영화를 처음하면 처음인 것처럼 굉장히 긴장하곤 한다.
-정말 많은 배우들을 만났지만, 앞으로 주목할 신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사실 재작년에 배성우 씨를 만나고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한국 영화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네 정말 잘돼서 기쁘다. 윤균상 씨 같은 경우네는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에서 보고 또 다른 얼굴을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글로리데이’에 나오는 김희찬 씨도 굉장히 연기를 잘하더라. 지수도 그냥 연기할 때랑 얘기할 때랑 다르다.
한편 박경림은 다음 달 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토크콘서트 '노맨틱한 여자들'을 개최한다. / besodam@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