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윤아가 차원이 다른 악녀 캐릭터로 안방극장에 소름을 안겼다.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애잔한, 그야말로 입체적인 악역이다.
14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THE K2, 극본 장혁린, 연출 곽정환) 7회에서는 최유진 역 송윤아가 강렬한 장면들을 하드캐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최유진은 JSS 의무실에 입원한 고안나(임윤아 분)를 만나러 가 그와 대화를 나눴다. 앞서 안나는 아빠 장세준(조성하 분)이 자신을 반겨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저택으로부터 탈출했지만 막상 장세준은 대중 앞에서 나타난 딸 안나를 외면하고 말았다. 절망한 안나의 깊은 상처.
이후 딸기 알러지 반응으로 인해 정신을 잃은 고안나는 김제하(지창욱)에 의해 서둘러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최유진은 병실에 누워있는 안나를 찾아갔다. 그 자리에서 최유진은 "대체 뭘 기대하고 그 자리에 나타났던 거니? 너 그 동안 내가 너희 부녀상봉을 막고 있다고 생각했었니?”라는 질문으로 정곡을 찔렀다.
또 “네 아빠는 널 만나고 싶어하지 않아. 아프겠지 그래. 그래서 부정하고 싶겠지. 하지만 그게 현실이야 아빠란 게 원래 그래”라는 말로 아빠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안나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시종일관 차분하면서 독기 어린, 마치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 듯한 모습으로 안나에게 비수를 꽂던 최유진은 안나의 "아빠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라는 말에 결국 일그려졌다. 단단하던 표정이 한순간 흔들리고 말았지만 곧바로 최유진은 그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찾으며 상대방을 제압했다.
"네 엄마가 그러게 말했었니? 네 엄마는 널 내세워서 네 아빠를 협박하고 있었다. 너한테 좋은 엄마일 줄 몰랐겠지만."
두 사람의 팽팽한 감정신을 이끌어 간 송윤아의 농익은 연기력이 빛을 발하는 장면이었다. 더욱 절정인 순간은 엔딩 신. 김제하에 의해 병원에 오게 된 장세준과 딸 안나의 만남을 CCTV로 지켜보던 최유진은 오열과 절규에 가까운 웃음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에는 눈물이 맺혔고, 그 모습에는 내면에 있는 분노와 광기가 서려있었다. 완벽하게 해독하기 쉽지 않지만, 저절로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처절한 감정 연기다.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송윤아는 이 같은 최유진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악역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기보다 내가 이 작품을 작가님이 쓰신 대로 감독님이 연출한 대로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부담이 더 크다"라고 털어놓기도.
하지만 부담은 기우였던 것으로 보인다. 무시무시한 악역이지만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전에 본 적 없는 악녀는 이 드라마의 큰 관전 포인트다. / nyc@osen.co.kr
[사진] '더 케이투'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