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훈은 '판타스틱'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는 시한부 의사의 삶을 오롯이 담아낸다. 캐릭터에 빙의된 듯 눈빛 하나, 대사 한마디가 심금을 울린다. 차분하지만 묵직하게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지난 14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극본 이성은, 연출 조남국)에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홍준기(김태훈 분)의 일주일이 그려졌다.
상태가 위급해진 준기는 MRI를 통해 폐에 있던 암 덩어리가 뇌까지 번져 결국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을 직감했다. 이에 류해성(주상욱 분)에게 장례식 준비를 도와달라고 부탁하며 버킷리스트를 완성해나갔다.
준기는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을 놓고 세상을 떠나야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지만 사람들 앞에선 드러내지 않았다. 항상 밝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은 것이다. 이소혜(김현주 분)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했지만 암 환자라는 사실 때문에 제대로 고백도 못한 그였다.
대신 준기는 죽음 앞에서 소혜와의 우정을 시작했다. 그녀 역시 유방암 4기인데, 의사로서 도움을 주며 살뜰하게 챙겼다. 그가 마지막으로 준비한 일은 자신의 장례식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해성에게 "5년 잘 버텼다. 길어야 일주일이다. 내 다리로 다닐 수 있는 시간에 뭐 부터할까, 뭐 먼저할까 생각하고 있었다"고 죽음을 암시했다.
장례식 초대장을 직접 제작한 준기는 '2016 홍준기의 유쾌한 아듀 파티에 당신을 초대한다'고 적었다. 사실 준기는 자신이 암 판정을 받은 시한부 인생이라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고백해왔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의 태도가 특히나 놀라움을 안겼다. 우는 사람들을 달래며 오히려 덤덤히 위로했기 때문. 준기를 연기하는 김태훈의 호연 덕분에 시청자들은 한껏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해성은 준기를 위해 그가 가보고 싶고, 해보고 싶다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여자친구 소혜를 빌려주며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마지막은 죽음을 올바르게 이해한 한 남자의 성장을 의미했다.
'판타스틱'은 암에 걸린 의사와 작가, 죽음을 구심점 삼아 만난 이들이 함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드라마다. 하지만 매번 심각한 게 아니라 중간 중간 코믹한 요소가 들어가 있어 웃음을 유발한다. 사랑과 죽음을 바라보는 따뜻한 관점이 돋보이는데, 김태훈 덕에 감동과 슬픔이 배가된 것 같다./ purplish@osen.co.kr
[사진] '판타스틱'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