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교과서 구석기 부분에서나 볼 법한 수렵·채집이라는 단어가 콘셉트의 전부인 프로그램이 있다. 모두가 짐작했겠지만, ‘삼시세끼’가 그 주인공이다.
대한민국의 끝자락 득량도에서 펼쳐질 세 번째 어촌 체험의 시작은 한층 더 ‘빡셌다’. 나영석 PD는 tvN 10주년 기념으로 초심을 찾겠다며 냉장고에 가스레인지까지 없앴지만, 이서진·에릭·윤균상 세 부자(富者)의 케미는 생각보다 강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tvN ‘삼시세끼 어촌편 3’에서는 이서진, 에릭, 윤균상이 처음 만나 득량도에서 자급자족 하룻밤을 보내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제작진의 요청이 있었지만, 이서진은 직접 배 조종 면허를 따는 등 전에 없는 열의를 보였다.
‘삼시세끼’ 베테랑 이서진은 물론이고, 에릭과 윤균상도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볼 수 없던 독특한 면모로 첫 방송만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세 사람은 각각 칭찬 부자, 생각 부자, 질문 부자 캐릭터를 공고히 했다.
먼저 벌써 ‘삼시세끼’ 시리즈에 세 번째로 출연하는 맏형 이서진을 보자. 지금까지 봤던 그라면 ‘불평 부자’라는 수식이 더 어울릴 터다. 그러나 득량도에서는 달랐다. 에릭의 노련한 낚시 실력과 꼼꼼한 요리 솜씨에 감탄을 늘어 놓는가 하면, 그가 만든 게 된장찌개에는 “‘삼시세끼’하면서 먹은 찌개 중 제일 맛있다. 일등이다”라는 극찬까지 선사한 ‘칭찬 부자’ 이서진이었다. 안 하던 사람이 칭찬을 하니 그 파급력은 훨씬 컸다.
한편 그에게는 ‘훈수 부자’라는 별명도 붙을 듯하다. “작년이랑 체력 상태가 또 다르다”며 연신 수건으로 땀을 훔치기도 하고, 가만히 마루에 앉아 동생들을 조종하는 이서진의 모습이 폭소를 자아냈다.
앞서 신화 멤버들과 함께 ‘삼시세끼’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왔던 둘째 형 에릭은 ‘생각 부자’였다. 말 없이 집 구석구석을 누비며 생각에 잠기곤 하는 에릭은 꼭 생각의 끝에 무언가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설거지 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비닐봉지에 수제비 반죽을 하는가 하면, 감자 깎기 귀찮아 철수세미를 쓰는 엉뚱하면서도 경제적인 모습은 전부 문득문득 잠기는 생각 속에서 나왔다. 그러면서도 요리며 낚시며 맡은 것은 턱턱 해 내는 데다가 맏형과 막내에게 지도편달까지 아끼지 않는 에릭은 모두를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프로 막둥이 윤균상은 ‘질문 부자’였다. 딱히 할 줄 아는 것은 없지만 힘과 열의만은 넘쳤다. 손에서 한 순간이라도 일이 떨어지면 불안해 형들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애호박이 어떻게 생긴 지 모르고, 감자를 맷돌에 갈려 했지만 그런 허술함이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특히 국간장이 뭔지 몰라 장독에 담긴 여러 간장들을 하나하나 찍어 먹어 보는 모습은 이날 방송의 웃음 포인트 중 하나였다. 할 줄 아는 것은 힘 쓰는 것 뿐이라며 멋쩍게 웃던 윤균상이었지만, 하나를 가르치면 하나는 제대로 해 내는 막내기도 했다.
이처럼 첫 방송만에 캐릭터를 확실히 잡은 부자 3형제가 풍요로운 남해 자원을 품은 득량도에서 펼칠 유기농 라이프가 더욱 기대된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삼시세끼 어촌편 3’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