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인생이다. 언제나 강했던 언니가 들려준 과거는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본인은 가늘고 길게 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지만 라미란이 견뎌온 세월의 무게와 그 속에서 본인이 해낸 노력들은 왜 우리가 그녀를 '대세'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지를 잘 알 수 있게 한다.
라미란은 지난 14일 방송된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에서 마지막 꿈 계주가 되어 자신의 신혼집에서 남편과의 신혼 생활, 무명 시절의 고생담,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 등을 털어놔 멤버들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수십개의 계단을 올라와야지 볼 수 있는 과거 라미란의 신혼집에서 들을 수 있었던 고생담들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15년 전 신성우의 매니저였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된 라미란은 수입이 일정치 않았던 연극 배우 시절을 무척이나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 시절 남편이 하던 음반 사업도 잘 되지 않아 돈이 넉넉치 않았던 라미란은 임신한 상태로 벼룩시장에 나가 옷을 팔며 반찬 살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라미란의 남편이 돈을 벌고자 하는 욕심에 당시 유행하던 게임 머니 사업에 동참을 하게 되고, 빚까지 얻게 되었다고. 라미란의 말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뉴스에도 등장을 했는데, 라미란은 생활고보다는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남편을 보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라미란의 이야기를 듣던 홍진경은 "언니가 뭐든 잘하고 강한데, 어떻게 그렇게 다 잘하고 강할까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언니가 이렇게 강해질 때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며 울먹거리기도.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날 정도로 힘든 삶이었지만, 라미란에게는 책임져야 하는 가족이 있었고 재능이 있었으며, 이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열정과 희망이 있었다.
이는 영화계에서 먼저 알아봤다. 라미란이 처음으로 출연한 영화는 '친절한 금자씨'였다. 단역부터 조연을 넘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라미란은 22년이라는 세월 동안 자신의 영역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40대가 되어서야 라미란이라는 보석이 반짝 반짝 빛이 나게 됐지만, 라미란을 아는 많은 이들은 그녀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라미란은 겸손, 또 겸손했다. 가늘고 길게 사는 것, 있는 듯 없는 듯 공기 같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는 라미란은 "지금 너무 튀어나왔다. 이러다 망치질 당한다"며 농담처럼 지금의 심경을 전했다. 이 소박한 꿈은 라미란에게 뭐든 도전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됐고, 이것이 차곡차곡 쌓여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감과 에너지를 가진 배우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대세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영화와 드라마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라미란의 앞으로의 연기 인생이 더욱 더 기대된다. /parkjy@osen.co.kr
[사진] '언니들의 슬램덩크'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