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눈이 먼 철부지 맏딸이 월계수 양복점 식구들의 속을 썩이고 있다. 엄마가 베갯잇에 꼭꼭 숨겨둔 비상금부터 딸이 열심히 일해 모은 적금까지 훔쳐 짝사랑하는 로커에게 건네는 이동숙(오현경 분) 캐릭터가 '사랑에 눈먼 여자'와 '민폐녀'의 갈림길에서 아슬아슬 줄타기하고 있다.
15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주말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연출 황인혁, 극본 구현숙)에서는 성태평(최원영 분)에게 가족의 돈을 훔쳐 빌려준 이동숙이 궁지에 몰린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이동숙은 어머니 최곡지(김영애 분)의 쌈짓돈부터 딸 김다정(표예진 분)이 애써 모은 적금까지 탈탈 털어 성태평에게 건넸다. 당장 음반계약 투자금이 없다는 성태평이 고민을 하자 본인이 나선 것.
하지만 이 사실은 얼마 안 가 돈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된 최곡지에 의해 밝혀지고 말았다. 이동숙은 돈이 없어진 것을 알고 분노하는 최곡지에게 "엄마 미안. 우리 오빠가 음반이 대박 나면 뻥튀기해서 준다고 하길래 투자했어"라고 용서를 빌었고 그의 어이없는 행동에 가족은 모두 말을 잃었다.
딸 다정의 실망은 더욱 컸다. 힘들게 일해 애써 모은 돈이 한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다정은 텅텅 빈 통장을 부여잡고 오열했고 이동숙은 그런 딸을 보면서 "미안해. 오빠가 음반 대박 나면…"이란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하지만 같은 시각, 성태평은 '대박'은 커녕 계약사기로 빌린 돈까지 모두 잃은 뒤 자살까지 결심하고 있었다. 성태평이 동숙의 전화조차 받지 않자 월계수 양복점 식구들은 그가 사기를 쳤다고 오해했고 도망간 그를 찾으러 나서며 갈등이 더욱 증폭됐다. 그 와중에도 이동숙은 "우리 오빠 얼굴만큼은 때리지마"라며 가족들에게 경고하는 개념 없는 면모를 보였다.
방송 초반, 이동숙은 철없지만 그만큼 순수한 면모로 중년의 나이에도 소녀같은 로맨스를 꿈꾸는 인물로 표현되곤 했다. 덕분에 잦은 실수와 민폐에도 나름 귀여운 구석을 찾을 수 있었고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이날 보여준 이동숙의 모습은 '민폐녀'일 뿐, 로맨스와 순수함 모두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자신의 친딸이 어렵게 모은 적금까지 훔쳐 성태평을 경제적으로 뒷받침하는 모습은 시청자의 공감을 사기 어려운 부분.
아슬아슬 '밉상'과 '감초'를 오가는 이동숙이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안방 시청자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sjy0401@osen.co.kr
[사진] KBS 방송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