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강력한 '단짠' 드라마가 또 있을까. 누군가에게 암 환자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어보라고 한다면 대부분 심각한 분위기의 작품을 만들어낼 텐데 '판타스틱'은 진지함 속에도 웃음이 묻어나 있다.
일명 '우주대스타' 류해성을 연기하는 배우 주상욱이 다양한 얼굴로 웃음 터지는 재미를 안긴다면, 암에 걸린 의사 홍준기를 연기하는 배우 김태훈은 진지하고 따뜻한 매력으로 감동을 선사한다. 죽음이라는 한없이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을 한없이 재밌게 풀어내는 능력을 갖춘 것이다.
지난 15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판타스틱'에서는 홍준기가 세상을 떠나며 류해성, 이소혜(김현주 분)와 영원히 이별했다. 떠나기 전 소혜에게 남긴 편지와 사진들은 적잖은 감동을 안기며 눈물샘을 자극했다.
김태훈이 죽음을 앞둔 캐릭터의 감정선을 끌고 가면서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능력이 정말 대단했다. 삶에 대한 미련 때문에 아쉬운 마음에 오열하는 게 아니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되레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모습은 특히나 잊혀지지 않는다.
사실 그는 소혜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꼈었는데, 자신이 암 말기 환자라는 사실 때문에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좋은 친구가 됐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순간까지 좋은 감정을 그려냈다. 사랑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만 들어도 눈물 흘리게 되는 마음은 변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밝음을 유지하며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주상욱 역시 대단했다. 스타병에 걸린 배우 역할을 맡아 새롭고 화려한 의상을 선보이는가 하면, 현란한 농담과 장난, 표정 연기로 웃음을 안겼다. 물론 진지할 때는 자신만의 일관성을 지켰다. 그의 코믹한 연기 스타일은 이제 믿고 보는 경지에 이르러 높은 신뢰를 안기고 있다.
죽음이라는 것은 너무나 두렵고, 불편하고, 우울한 주제인데 '판타스틱'에서는 인간이 어차피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우리의 삶이 가치 있는 이유는 이 죽음이 가지는 유한성 때문이 아닐까.
좋은 대본과 연출이 큰 부분을 차지했지만, 뛰어난 연기력을 가진 주상욱, 김태훈 덕분에 몰입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purplish@osen.co.kr
[사진] '판타스틱'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