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었다. 지난 6개월간 그래왔듯이 양세형은 ‘무한도전’에 자신이 왜 필요한지 스스로 보여줬다. 유재석을 방해하기 위해 끝도 없이 깐족거리는 그의 모습은 언젠가부터 ‘유느님은 건드리면 안 된다’는 예능 출연자들의 재미에 있어서 별 도움이 안 되는 기준선까지 넘어버렸다. 우리가 기다려왔던 '미친 예능감'의 소유자가 바로 양세형이다.
양세형은 현재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고정 출연 중이다. 지난 4월 퍼펙트 센스 특집 이후 6개월간 함께 하며 고정 멤버들의 잇따른 하차로 예능 캐릭터와 웃음 장치 부족한 ‘무한도전’에 큰 활기가 되고 있다. 양세형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관객을 웃겨왔던 개그맨이기에 재치가 넘친다. 여기에 특유의 밉지 않은 깐족거림이 강점이다. ‘원조 깐족’인 유재석으로부터 “이러다 맞을 수도 있다”라고 예능판을 잘 만든다는 의미로 장난 섞인 경고를 받을 만큼 ‘깐족 능력자’다.
그래서 11년간 방송되며 새로운 그림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무한도전’에 존재 자체로도 힘이 되고 있다. 기존에 늘 봐왔던 그림이 아니라 양세형이 막 던지며 만들어가는 돌발 웃음 변수가 상당히 재밌는 것. 지난 15일 방송된 ‘무도리 GO’ 2편에서도 멤버들을 방해하기 위해 시종일관 말을 걸고 활발히 몸을 움직이며 웃음을 만들어내는 양세형의 모습은 신선한 흥미 지점이 됐다. 유재석이 꿈에 나올 것 같다고 말한 “남자라면 해야지”라는 말은 다른 멤버들의 맥을 빠지게 하는 동시에 시청자들에게는 큰 웃음을 안겼다.
사실 유재석은 국민적인 호감도가 높은 예능인. 그래서 다 건드려도 유재석은 건드리지 말라는 농담이 인터넷에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예능에서 웃음을 위해 치고박는 상황극이 필요한데도 많은 예능인들이 유재석과 재미를 위한 갈등을 야기하는 것을 주저했던 상황. 이는 유재석에게도 그리고 프로그램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세형은 유재석에게도 특유의 깐족거림을 쏟아내며 재미를 만들고 있고,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대화를 할 때마다 시선이 쏠린다. 위축되지 않고 농담을 막 던지는 양세형다운 모습이 ‘무한도전’에 활력이 되고 있는 것.
흔히 예능에서 말하는 오디오가 구멍이 없게 시종일관 수다를 떨고, 멤버들과 갈등을 만들어 재미를 안기는 양세형. 장수 예능인만큼, 그리고 고정 멤버들을 마치 가족처럼 여기며 시청하는 특성을 가진 팬덤 강한 예능인만큼 ‘무한도전’은 이미 프로그램을 떠난 멤버들의 공백이 유독 크게 느껴지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제작진과 남은 멤버들이 치열하게 고민해 만든 웃음과 감동의 세기는 여전히 크지만 말이다. 이 같은 채우려고 해도 채워지지 않는 사람이 떠난 빈자리는 새로운 사람이 채워야 하는 법. 양세형은 지난 4월부터 이 프로그램에 쭉 출연하며 이 같은 허전한 빈구석을 하나 하나 채우고 있다. 그가 멤버들에게 일으키는 웃음 분란,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가는 ‘무한도전’의 새 그림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즐거움이 되고 있다.
김태호 PD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양세형의 고정 출연을 공식화하지 않는 것에 대해 소모적인 논쟁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양세형이 사실상 반고정으로 출연하고 있을 때 ‘도움을 주고 있다’라고 말한대로 양세형이 만들어가는 역할이 상당히 크다는 것. 김 PD는 “양세형 씨는 이번 주, 다음 주, 그리고 앞으로도 나올 것이고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라면서 “양세형 씨는 이미 6개월간 왜 자신이 필요한지 방송을 통해 스스로 보여줬다”라고 양세형이 앞으로도 ‘무한도전’에 쭉 출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김태호 PD의 인터뷰대로 양세형은 스스로 왜 ‘무한도전’에 필요한지, 어느덧 자연스럽게 고정 멤버가 됐음을 증명하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