얍삽한데 미워할 수 없다.
'얍스'라는 별명이 그 누구보다도 잘 어울리는 김준호가 지난 16일 방송된 '해피선데이-1박1일'에서도 별명과 꼭 어울리는 얍삽함으로 방송을 '하드캐리'했다.
이날 방송은 지난 주에 이어 한글날 특집이 진행됐다. 이에 자음 모음 음식 이름 조합하기부터 세종대왕과 관련된 퀴즈까지 다양한 복불복 게임이 펼쳐진 가운데, 가장 큰 웃음을 선사한 것은 바로 '행차 음악 만들기'였다.
말 그대로 임금님 행차 시에 연주되는 행차 음악을 다섯 명의 멤버들이 직접 작사 작곡하는 것으로, 일찍부터 난장판이 될 것을 예고했다. 이를 위해 국악계 김연아라 불리는 소리꾼 김나니부터 '쑥대머리'의 작곡가 오철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
창작의 고통도 잠시, 멤버들은 나름의 작곡 과정을 거친 악보들을 제출했고 김준호가 그 마지막 주자였다. 잔뜩 진지한 표정으로 악보를 내민 김준호는 당당하게 '뽀로로'의 표절을 의뢰하는 모습으로 편곡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편곡가와 소리꾼의 '멘붕'을 눈치채지 못한 김준호는 "편곡을 할 걸 편곡을 해야지"라며 감정에 잔뜩 심취한 채 행차를 준비했고, 앞서 출발한 김종민의 행차곡에는 "쓰레기 왕아. 나라가 걱정된다 이놈아"라며 혹평을 퍼부었다.
이어 조선왕조계보를 읊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 김준호의 행진곡은 "조선 28대왕 얍왕이 드디어 즉위하니 백성들이여 반갑다람쥐"라는 엉터리 가사로 시작됐다. 뿐만 아니라 "덕수궁 제일 좋아. 백성들 모여라"라는 가사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멜로디와 어우러져 모두를 빵 터지게 만들었다.
김준호의 촐싹 맞은 율동과 얄미운 표정 역시 노래와 제대로 맞아떨어지며 '얍왕' 김준호만이 소화할 수 있는 행진곡이 완성됐다. 이에 멤버들이 표절 의혹을 제기하자 "훨씬 전에 만들어진 건데"라며 재치있게 답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김준호의 얍삽함은 역시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뻔뻔함과 넘치는 센스가 따라줘야 제 맛이었다. 다소 얄미울 수 있는 편법과 반칙도 김준호가 하면 밉지 않은 이유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1박2일'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