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보다는 예능인이라는 타이틀이 더 어울리는 이지혜가 무대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무대위에서 마음껏 노래하고 판정단의 칭찬을 듣고 행복해하는 데뷔 19년차 가수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가슴을 울렸다.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에서는 가왕인 '주문하시겠습니까 팝콘소녀'(이하 팝콘소녀)에 도전하기 위해 8명의 출연자가 대결을 펼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의 탈락자는 서하준, 김학도, 이지혜, 이선빈이었다. 배우, 개그맨, 가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연예인들의 출연으로 복면 속 인물들을 맞추는 재미가 특별했다.
특히 이지혜는 '암행어사 출두요'(이하 암행어사)와 함께 서현진과 유승우의 달달한 듀엣곡인 '사랑이 뭔데'를 불렀다. 여유 넘치는 중저음의 '암행어사'와 달리 이지혜는 상큼한 목소리를 얹으며 듣는 사람의 귀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암행어사'에게 패배한 후 이지혜가 선택한 솔로 곡은 박기영의 '마지막 사랑'이었다. 애절하다 못해 절박한 가사와 이지혜의 깊은 음색이 더해졌다. 복면을 벗고 후련한 표정으로 마음껏 노래하는 이지혜의 모습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이지혜만큼 오해와 편견 속에서 활동하는 가수도 드물다. 혼성 그룹 샵 해체 이후 눈덩이처럼 커진 안 좋은 소문들과 성형에 관한 루머들까지.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지혜는 본업인 가수보다는 자연스럽게 본인의 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예능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지혜는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무난히 안착하며 입담과 끼를 과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본업인 가수에 대한 갈증은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솔로 가수로도 꾸준히 앨범을 내고 활동해왔지만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고 칭찬받는 무대에는 오랫동안 서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복면가왕' 무대를 마친 이지혜는 행복한 눈물을 보이며 "잘한다는 말을 못 듣고 살았어요"라며 "무대에 서서 수고했다, 잘했다고 말해주는 것이 위로처럼 들렸어요. 그때 울컥하더라고요. 저도 사람인지라 칭찬받고 싶었나 봐요. 진심 어린 칭찬에 힘이 나서 더 웃길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복면가왕'은 편견을 깨부수는 프로그램이다. 그렇기에 단순한 음악 예능이 아닌 가면 뒤에 감춰졌던 진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에 특별하다. 이지혜가 본업인 가수로서 또 한 번 무대에서 빛나는 날을 고대해본다./pps2014@osen.co.kr
[사진] '복면가왕'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