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본명 강동윤) 감독은 요즘 가장 '핫'한 음악감독이다. 상반기 하반기 OST 시장을 장악한 두 작품 '태양의 후예'와 '구르미 그린 달빛'을 모두 작업하며 성공적인 기록을 써내고 있다. 올해 가장 '핫'했던 두 작품을 모두 맡아 성공하기까지 남다른 노력이 들어갔고, 그래서 더 뿌듯하다.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의 종영을 앞두고 OST 작업으로 바쁜 개미 감독을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곡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개미 감독은 한창 작업 중이었던 '구르미 그린 달빛'은 물론, '태양의 후예' OST에 관한 비하인드도 공개했다.
'태양의 후예'는 높은 시청률뿐만 아니라 음원차트도 장악할 정도로 OST 전곡이 인기를 끌었다. 상반기 차트 상위권에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였다. 물론 좋은 음악, 드라마를 더 쫄깃하게 살려내는 음악작업 덕분에 작품과 음악이 동시에 인기를 끌 수 있었다.
개미 감독은 "'태양의 후예'는 작품이 너무 좋았다. 톱 배우들이 붙는 이유가 있었다. 시놉시스를 봤을 때 작품이 좋아서 하게 됐다"고 이 작품의 음악감독을 맡게 된 계기를 밝혔다. 배우들도, 또 제작비도 중요하지만 일단 작품이 너무 좋아 선택해야만 했다는 것.
음악감독들은 보통 시놉시스를 미리 받고 작업에 들어간다. 드라마 시작 4~5개월 전부터 연출이 원하는 의도를 파악하고, 매회에 맞는 음악을 작업하고, OST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삽입되는 모든 음악을 다룬다. 그만큼 더 세심하게 작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개미 감독은 "영상음악이다 보니까 드라마 내용에 가장 적합한 음악을 만들려고 한다. 이 음악, 저 음악 들어보면서 색깔을 파악하고"라며, '태양의 후예'를 좋은 본보기로 꼽았다.
그는 "'태양의 후예'의 경우 사전제작이라 가능했다. 음악을 완벽하게 짰다. 발매하는 순서까지도. 1~2회 때는 이런 내용이고, 이런 음악이 나오니까 어떤 가수를 배치하고 같은 부분까지"라며 "드라마가 시청률도 높고 관심을 많이 받다보니 OST도 어느 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더 힘을 받더라"고 설명했다.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제작이라 음악 작업도 더 수월할 수 있었다는 것. 미리 영상을 볼 수 있어서 작업 과정이 다른 작품에 비해 편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계속되는 작업은 오히려 그를 괴롭혔다.
개미 감독은 "'태양의 후예' 때 스트레스가 가장 심했던 것 같다. 사전제작을 했고 일찌감치 음악작업을 했는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음악을 완성하고도 '더 좋은 게 있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을 거듭했다"라며 "긴박하게 진행되면 집중해서 하는 맛이 있는데, '태양의 후예'의 경우 '고쳐볼까?'라는 고민을 거듭하게 되더라"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고심 끝에 결국 작업한 '태양의 후예' OST는 결국 '대박'을 터트렸다. 개미 감독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을지라도 시청자들은 그로 인해 더 좋은 음악을 듣고, 더 설레는 명장면을 접할 수 있었다. 그 중 특히 지금까지도 많이 회자되는 역대급 장면이 6회의 엔딩 부분에 등장한 '송중기 헬기신'이다. 지진이 난 우르크에 다시 돌아와 재회하는 유시진(송중기 분)과 강모연(송혜교 분)의 모습이 유독 애틋하게 살아난 장면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열광한 것처럼, 개미 감독도 이 장면에 유독 공을 들였다. 명장면을 노리고 작업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 거미가 부른 '유 아 마이 에브리씽(You Are My Everything)'의 어떤 소절을 어떤 장면에 삽입할지도 미리 정해놨다고.
개미 감독은 "송중기의 헬기신은 음악 템포나 편집이나 다 맞췄다. 한 프레임도 흔들리지 않게 짜놓은 장면이었다. 그 장면을 미리 봤었는데, 보고 '빵터지겠다'고 생각했다. 그 장면에 음악을 넣으면 빅히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어떤 순간에 어느 소절이 나오는 것까지 맞췄다. 공을 많이 들인 장면"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개미 감독의 노력과 대본의 힘, 그리고 거미의 감성이 이뤄낸 명장면의 탄생이다.
'태양의 후예'부터 '구르미 그린 달빛'까지 OST를 모두 성공시킨 개미 감독의 비결은 역시 꼼꼼함이었다. 개미 감독이 꼽은 명장면 1회 엔딩신, 8회 강모연의 강제(?) 고백신 모두 이런 정성으로 탄생했다.
드라마의 흐름과 감독의 의도를 읽고, 직접 작품의 주인공이 돼 감정을 느끼며 가장 좋은 순간, 가장 좋은 음악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개미 감독. 올해의 연타석 홈런에 이어 또 어떤 명장면, 명곡을 탄생시킬지 그의 음악세계가 점점 더 기대된다. /seon@osen.co.kr
[사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