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걸그룹 EXID의 선전으로 국내 연예가를 나타내는 뜨거운 표현 중 하나는 ‘역주행’이었다. 시작은 미약했을지 몰라도 끝은 창대하게 펼쳐진 역주행이라는 반전은 늘 짜릿함을 안겨주곤 한다.
이는 드라마에서도 다르지 않다. 지상파 삼사에서는 월화극, 수목극, 또한 주말극으로 늘 전쟁을 치른다. 콘텐츠를 접할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동시간대 1위라는 지표가 드라마의 인기를 표현하는 유일한 수치는 아닐지 몰라도, 방송사나 배우나 제작진 그리고 애청자에게도 시청률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최근에는 꼴찌로 시작해 1위 또는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세 편의 드라마가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스포츠처럼 드라마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
◇‘구르미 그린 달빛’, 8.3%→23.3%
박보검과 김유정 주연의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하반기를 ‘이영앓이’로 빠뜨린 최고의 드라마 중 한 편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회는 전국기준 8.3%(이하 동일 기준)를 기록하면서 비교적 실망스러운 출발을 안긴 바 있다. 동시간대 경쟁으로 살펴보자면 삼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3회부터는 짜릿한 반전이 시작됐다. 3회 16.0%로 무려 2배에 가깝게 성장하더니 계속해서 성장해 마의 20% 시청률을 넘는데 성공한 것. 많은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은 희망 시청률과 관련해 “두 자릿수만 넘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할 만큼 현재 드라마 시청률은 10%만 넘겨도 선방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그만큼 미디어의 경쟁이 심화된 환경이 반영된 결과인데, ‘구르미 그린 달빛’은 종영하는 주에도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는 등 뒷심을 잃지 않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질투의 화신’, 7.3%→13.2%
흥행불패의 여배우 공효진이 주연을 맡으면서 주목을 받았던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역시 1회 7.3%의 시청률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공블리’는 그냥 ‘공블리’가 아니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해내는 반전을 선보였다.
8회에서 마의 10%를 넘어서더니 10회에서는 최고 시청률 13.2%를 기록한 것. 무엇보다 MBC ‘W’가 종영하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질투의 화신’으로 옮겨갔고 종영의 수혜를 제대로 받게 된 것. 현재까지 수목극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꼴찌에서 왕좌로 짜릿한 역전극을 썼다.
◇‘쇼핑왕 루이’, 5.6%→10.0%
승승장구하던 ‘질투의 화신’을 긴장케 하고 있는 드라마가 바로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다. 이 드라마는 1회에서 5.6%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는데, 눈에 띄는 점은 시청률 그래프가 단 한 번도 하락한 적이 없다는 것. 그만큼 계속해서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재미가 있다는 것이다.
상승하는 인기의 요인 중에서는 시청자들의 입소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번 본 사람들이 주변 이들에게 시청을 독려하면서 그 어떤 홍보 효과보다 크게 시청률을 높이는 데 성공한 것. 무려 2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보인 ‘쇼핑왕 루이’가 탄력 받고 어디까지 올라갈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 besodam@osen.co.kr
[사진] SBS, KBS,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