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이 엑소에 이어 배우로서의 새싹을 틔웠다. 연기하는 순간만큼은 엑소의 백현이 아닌 의심할 여지 없는 고려 최고의 사내 왕은 그 자체가 된 백현 덕분에 시청자들 역시 그의 연기에 울고 웃을 수 있었다.
백현은 지난 1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 16회에서는 반역의 뿌리를 뽑겠다고 나선 왕요로부터 죽임을 당한 왕은(백현 분)과 순덕(지헤라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왕요에게 위치를 들킨 왕은과 순덕은 군사들에게 둘러싸인 채 승산 없는 결투를 벌였다. 왕은은 순덕이 다친 것을 보고 왕요를 향해 "같이 자란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저희를 보내주십시요. 다시는 고려에 돌아오지 않겠습니다"라고 애원했지만 왕요를 그 틈을 노려 왕은을 죽이려 했다.
그 순간 순덕이 나서 왕은을 대신해 칼에 맞았고 곧 숨을 거뒀다. 왕은은 쓰러진 순덕을 안고 "괜찮다. 순덕아. 우리 같이 가자"라며 오열했다. 왕요는 이 순간에도 왕은을 향해 화살을 쐈고, 때마침 나타난 왕소(이준기 분)이 앞을 가로막고 왕은을 지켰다.
왕은은 그런 왕소를 보며 "언젠가 제 탄일에 제가 원하는 선물을 주신다고 했던것 기억나십니까"라며 "저 아이 혼자 둘 수 없습니다"라며 왕요 대신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왕소의 칼에 맞은 왕은은 마지막까지도 순덕을 향해 손을 뻗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렇듯 16회만에 죽음으로 하차하게 된 백현의 연기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오로지 완호지물에만 관심을 가지던 천덕꾸러기 황자에서 한 여인의 지아비가 되어 눈빛부터 달라진 것. 그중에서도 순덕의 죽음에 오열하는 눈물 연기나 죽음의 문턱에서 순덕에게 손을 뻗으며 짓는 애틋한 미소가 시청자들 역시 그의 감정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백현은 아이돌 출신일 뿐 아니라, 정극 연기는 처음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우려를 샀었다. 하지만 평소의 발랄한 이미지와도 꼭 맞는 왕은 역을 맡으며 이러한 우려를 점차 완화시켰다. 특히 순덕과 혼인한 후 언뜻 보이는 진지함과 남자다운 모습에서는 그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극중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던 백현의 죽음으로 인한 하차는 아쉽지만, 그의 첫 연기 도전으로 봤을 때는 이보다 더 강렬할 수 없는 임팩트를 남길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와는 180도 다른 매력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연 백현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달의연인'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