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과 지헤라가 죽음으로 '달의 연인'에서 하차했다. 이제야 제대로된 사랑을 시작하려 하는 순간 찾아온 죽음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그리고 딸을 먼저 떠나보낸 아버지 성동일의 눈물 연기 역시 가슴 아린 슬픔을 전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 16회에서는 10황자 왕은(백현 분)이 역모를 꿰했다는 누명을 쓰고 정종(홍종현 분)의 뜻에 따라 죽임을 당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의 부인인 순덕(지헤라 분)은 장군의 딸답게 출중한 무예 실력을 뽐내며 왕은을 지켰고, 그러던 중 먼저 칼에 맞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정종의 화살에 맞아 괴로워 하던 왕은은 왕소(이준기 분)에게 죽여달라고 청했다. 결국 왕소는 왕은의 소원대로 칼을 들었고, 비극적 운명 앞에 모두들 눈물을 떨굴 수밖에 없었다. 특히 뒤늦게 죽은 딸을 품에 안은 박수경(성동일 분)은 "이젠 이 애비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며 오열했다.
우직하고 변할 줄 모르는 아이라 이리 된다고 해도 첫사랑인 10황자에게 갔을거라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짓던 성동일은 "우리 순덕이"라는 말 속에 아버지의 진한 사랑을 모두 담아냈다. 또한 해수(이지은 분)에게는 10황자에게 예쁨을 많이 받았는지를 물으며 애써 슬픔을 속으로 삭혀 더욱 큰 여운을 남겼다.
성동일은 그간 '달의 연인'에서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등장할 때마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왔다. 여기에 특유의 코믹한 분위기를 더해 극적 재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말은 험하게 하지만, 딸이 사랑을 이룰 수 있게 도움을 주거나 위기에 처한 딸을 지키려 왕소와 대적하는 모습에서는 진한 딸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다양한 아버지의 모습을 연기해왔던 성동일은 이번 박수경을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연기 내공을 터트리며 '역시 믿고 보는 배우'라는 평가를 얻었다. 눈물을 펑펑 쏟아내지 않아도 슬픔이 오롯이 묻어나는 눈빛과 표정, 목소리만으로도 화면을 장악하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릴 줄 아는 배우가 바로 성동일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parkjy@osen.co.kr
[사진] '달의 연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