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현의 연기가 일취월장이다. 드라마 '달의연인'에서 초반부터 지금까지 꿋꿋하게 야욕을 내비치는 '왕요' 역을 맡아, 극의 독보적인 '악의축'을 전담하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달의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연인')는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한 현대인 해수(아이유 분)를 주축으로 4황자 왕소(이준기), 8황자 왕욱(강하늘), 10황자(백현), 14황자 왕정(지수)이 가슴 설레는 로맨스를 만들며 극의 초반 스토리를 만들어냈던 터.
다만, 모두가 로맨스로 치달을 때도 홀로 꿋꿋하게 아이라인을 짙게 그리고 황위를 향한 욕심으로 일관됐던 이가 바로 왕요다. 우직한 악역을 도맡아, 대놓고 상대를 깔보는 안하무인격 태도나, 어머니 황후유씨(박지영)를 제외한 모두를 적대시하는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혜종(김산호)을 살해하고 3대왕 정종에 즉위하면서부터 감정이 풍성(?)해졌다. 여전히 로맨스에는 젬병이고, 관심이 1조차 없지만 형제들에게 황위를 뺏길까 두려워하거나, 죽은 이들의 환영이나 환청에 시달리며 정신이 나간듯한 연기를 맛깔나게 소화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달의연인' 16회에서는 불공을 들이던 중 찾아온 어머니를 향해 "날 아들이 아닌 황자를 되물림할 씨돼지로 보는듯 싶다"고 중얼거리거며 웃다가 정색하고 '정이가 황위를 탐냅니까'라고 묻는 장면은 보는 이를 소름돋게 만들었던 장면으로 꼽힌다.
야구로 인한 결방으로 목숨은 다행히(?) 1주일 연장됐다. 이제 다가올 17회에서는 왕소가 4대왕 광종에 즉위하는 모습이 예고를 통해 드러났다. 이는 왕요가 왕소의 칼끝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 광인에 가까운 악역 연기를 펼치는 왕요의 최후, 그리고 그것을 연기해낼 홍종현의 마지막 연기가 벌써 기대된다. / gato@osen.co.kr
[사진] '달의연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