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작곡가 유재환(27)은 지난 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우연히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당시 박명수는 가수 아이유와 호흡을 맞춰 가요제를 준비 중이었다. 박명수는 자신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유재환을 갑자기 불렀고, 아이유 팬이었던 유재환의 수줍어하는 표정과 꾸미지 않은 순수한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가요제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유재환은 확 떴다. 입에 모터를 단 듯 보통 사람들보다 빠른 말쓰임새, 신기할 정도로 극도의 친절한 성격은 안방극장의 호감을 샀다. 이후 유재환의 인생이 달라졌다. 그는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작곡을 하지만,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이다.
실제로 만난 유재환은 방송보다 훨씬 더 친절했고, 자신의 긍정적인 기운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는 선한 청년이었다. 다른 사람과 대화를 통해 음악적인 영감을 얻고, 방송 활동과 음악 작업을 병행하느라 쪽잠을 자는 일이 많지만 자신을 보고 한명이라도 즐거울 수 있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해 했다.
‘무한도전’이 인생을 바꿔놓았는데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 알았나.
(박)명수 형이 작업실에서 아이유 씨와 촬영하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내가 나올 줄은 몰랐다. 내가 아이유 씨 팬인 것을 명수 형이 알고 계셨는데, 촬영 전에 ‘나중에 내가 아이유와 사진 찍게 해줄게’라고만 말씀하셨다.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런데 촬영 중에 두 분이 갑자기 중국요리를 먹게 되면서 내 인생이 바뀐 거다. 명수 형이 ‘재환아’라고 불러서 나갔을 뿐이다. 내가 카메라에 찍히고 있었지만 당연히 편집될 줄 알았다. 형이 ‘이게 좋니?’라고 물어보면 ‘좋은데요’라고 답했다. 방송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긴장도 안했다. 그땐 그랬는데 이젠 방송이라는 것을 아니깐 긴장을 하는 느낌이다.(웃음)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나.
처음에는 음악 듣는 게 좋아서 노래를 시작했다. 하다 보니 노래를 잘하게 됐다. 그래서 노래를 배우게 됐다.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어느 날부터 피아노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가 아니라 새로운 멜로디가 생각이 나더라. 그때부터 작곡의 세계에 빠졌다. 실용음악학원을 등록하고 노래를 만드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컴퓨터로 음악을 만드는 법을 익혔다. 피아노를 오랫동안 쳐왔기 때문에 요즘도 컴퓨터와 피아노 작곡 둘 다 한다.
계속 음악만 해온 건가.
20살 때부터 일을 시작했다. 기획사 음향 엔지니어를 하다가 군복무를 했다. 그리고 24살과 25살 때는 엠넷 오디션 ‘슈퍼스타K’를 준비했다. 당시 서울 오디션에만 100만 명이 지원했는데 3차 60팀 안에 들었다. 이승철 선배님 등 심사위원들을 만났는데 악평을 들었다. 이승철 선배님이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했다. 그런데 올해 ‘슈퍼스타K’ 지역 심사위원을 내가 맡았다. 내가 심사를 하러오다니 감격했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되지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20살 때부터 계속 일을 해왔다. 그래서 취미도 없다. 할 줄 아는 게 음악밖에 없어서 취미가 없어서 속상하고 창피하다. 일을 해와서 개인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진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한다.
왜 쉬지 않고 일만 해왔나.
도태되고 싶지 않았다. 열심히 살고 싶었다. 부모님을 보며 열심히 살면 내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님이 음악을 반대하셨는데, 부모님 속을 더 썩이고 싶지 않아서 계속 열심히 살아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칭찬의 기술을 배운 것 같다. 내가 사회성이 발달한 이유가 일을 일찍 시작해서가 아닐까 싶다.(웃음)
작곡과 방송 활동을 병행하는데 힘들지 않나.
정말 감사하게도 제작진이 불러주셔서 예능프로그램에 계속 나오고 있다. 물론 작곡도 열심히 하고 있고, 다음 음반도 준비 중이다. 다른 가수들과의 협업도 많이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내가 좋은 음악을 만들고 멋있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표현해주면 좋을 것 같다.
아이유와 함께 작업하고 싶지 않나.
아이유 씨와 함께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다. 진짜 아이유 씨 팬이다. 그런데 나중에 내가 작곡가로서 더 인정받고 음악적으로 더 성숙한 후에 아이유 씨에게 은혜를 보답하는 의미로 음악을 함께 하고 싶다. 아이유 씨는 정말 노래를 잘하는 분이다. ([Oh!쎈 토크②]에서 계속)/ jmpyo@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