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토크①]에서 계속) 가수 겸 작곡가 유재환(27)에게도 어두운 그림자는 존재한다. 항상 밝고 환한 웃음을 짓는 그이지만, 극도로 불안 증세를 느끼는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 현재 그는 치료를 받으며 여전히 주위 사람들과 자신을 TV에서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전파하고 있다.
유재환은 지난 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박명수와 함께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 겸 가수로 세상에 얼굴을 알렸다. 이후 미성의 목소리로 부르는 놀라운 노래 실력이 화제가 됐다. 심지어 성대결절로 목소리 상태가 예전만 하지 않은데도 말이다. ‘무한도전’ 이후 예능프로그램에 활발히 출연하며 시청자들을 매료시키던 그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처음 방송에서 보고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 줄 알았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웃음) 내가 말을 빨리 하다 보니 발음이 샌다. 또 목소리가 높다보니 일본어를 구사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교포나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 사람이냐고 많이 물어보셨다.
원래 긍정적인 성격인 건가.
그렇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공황장애가 생겼다. 극도로 불안한 순간이 온다. 긍정적이고 사람들의 기분에 맞추다보니 늘 웃고 있게 된다. 웃는 게 이제 습관이 됐다. 나라고 늘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닌데 그래도 계속 웃고 있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나도 모르게 내가 긍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주입했나보다. 그래서 공황장애가 왔다. 약을 계속 먹고 있다. 공황장애가 재치기처럼 예상 못한 순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장애가 온 순간은 너무 불안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힘들었다. 그래도 내가 치료를 계속 받으면 나로 인해 많은 분들이 즐거워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갖게 되지 않을까 위안을 하면서 계속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긍정의 힘이 좋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이고 친절한 성격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맞다. 사람들이 대부분 좋아해주시는데 그래도 내 마음 같지 않은 순간도 오더라. 나는 배려하고 긍정적으로 살려고 하는데, 그 배려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적정선을 잘 조절하려고 한다. 가끔 장난도 치고, 일부러 깐족거리기도 한다.
이번에 어반자카파 박용인과 가을 발라드를 발표했다.
용인이 형과는 10년지기다. 정말 절친하다. 실용음악학원을 같이 다녔다. 우리가 어렸을 때 ‘나중에 잘돼서 함께 음악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물론 용인이 형은 발라드를 좋아했고 난 힙합을 좋아했다. 음악적인 방향은 달랐지만 함께 공부를 하며 친했다. 그리고 이번에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 용인이 형은 어렸을 때부터 노래도 잘하고 프로듀서 마인드였다. 난 형에 비하면 음악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 앨범이 발표되고 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어렸을 때 생각이 자꾸 난다고, 꿈을 이뤘다고 했다. 예전에 용인이 형 집에 1평짜리 녹음 부스가 있었다. 에어콘도 당연히 없었고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녹음을 했었다. 그랬는데 이번에 정식으로 작업을 하는데 그것 자체가 감사하더라. 세상에 감사한 일이다.
음악에 대한 욕심이 큰 것 같다.
작곡가로서 크게 성장하고 싶다. 작곡가로서 인정받고 싶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내 음악이 사람들에게 힐링이 됐으면 좋겠다. 히트곡을 만든다기보다는 오래 듣고 싶은 명곡을 만들고 싶다.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때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감정 이입을 하지 않나. 내 음악을 듣고 그런다면 기분이 좋다. 나는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거기서 영감을 얻는다. 내 노래는 내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추억이다. 대중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야 하는데 내 추억이 노래로 나오면 그렇게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만든다.([Oh!쎈 토크③]에서 계속) / jmpyo@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