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네.”
심사위원 용감한 형제는 김영근이 노래 첫 마디를 내 뱉자 혼잣말을 했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김영근은 끝내주는 무대를 선사했다. ‘감성또라이’의 노래를 듣던 심사위원들은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너무 강력한 우승후보 아닌가. 청중평가단이 아닌 심사위원들이 참가자의 노래를 듣고 우는 경우가 몇이나 있었나 싶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그 흔한 실수 한 번, 혹평 한 번 듣지 않았다는 것도 마냥 신기할 따름. Mnet ‘슈퍼스타K2016’의 참가자 김영근의 이야기다.
더욱이 무서운 것은 이런 과정에서 이미 그를 지지하는 팬층이 두껍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이들보다 더욱 크게 화제가 되고 실력으로 주목 받으면서 무서운 속도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다. 결국에는 생방송 문자 투표로 1위를 결정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이 같은 인기는 좀 더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압도적인 실력을 가진 참가자는 극적인 긴장감을 감소시킨다. 더욱이 프로그램 내에 이렇다 할 라이벌 역시 찾아볼 수 없어 흥미로운 부분이 사라지기도 하는데, 이 같은 분위기는 ‘경쟁’을 메인 디시로 쫄깃한 긴장의 맛을 선사해야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취약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제작진이 어리석지는 않다. 오히려 김영근을 압도적인 ‘괴물’로 활용하면서 보는 재미를 극대화 시키는 연출을 하고 있는 것. 그 흐름이 마치 영웅물을 보는 듯하다.
스토리는 이렇다. 앞서 수차례 오디션에 지원했다 떨어진 시골(지리산) 출신 참가자. 포기 하지 않는 간절함으로 실력을 갈고 닦았고, 마침내 잠재 능력을 이끌어내 고수들에게 극찬을 받게 된다는 그림. 심지어 자신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스스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 침착하고 태연하며, 성격이 순수하기 그려지고 있다는 점까지 히어로물의 주인공들과 닮았다.
아직 ‘발단’에서 ‘전개’로 넘어가는 단계지만 분명 ‘위기’가 찾아오고 ‘결말’이 지어질 것 같은 분위기.
이 같은 연출이 꽤나 영리하다. 이후 김영근의 부진도 흥미로운 그림이 될 수 있기 때문. 잘 만들어놓은 영웅의 몰락은 또 다른 영웅의 탄생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애초 김영근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의도적일 수도 있다. 그가 근사하고 강력한 영웅이어야 그를 꺾고 탄생할 새로운 영웅이 좀 더 대단해 보일 테니.
또한 그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그림도 영화를 보는 듯 흥미진진할 전망이다.
강력한 화제의 인물을 만들어놨다는 것, 또 '역대급'으로 불릴만한 무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슈스케’ 제작진은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과연 제작진이 김영근으로 연출하고 있는 흥미로운 히어로물은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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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슈스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