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김성현 인턴기자] 배우 김하늘이 1인 6역을 소화하며 인생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랑에 빠져 설레는 여자, 딸에게 미안한 ‘워킹맘’. 베테랑 승무원, 사랑과 우정을 모두 잃은 비운의 여주인공 등 한 드라마 안에서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줘 감탄을 연발케 한다.
KBS2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서 김하늘이 분한 최수아는 베테랑 승무원임과 동시에 일하는 엄마다. 매일 직장과 가정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남편 최진석(신성록 분)은 오로지 기장의 본분만 다하고 아내와 딸에게는 남 일보듯 ‘계획표’만 전달하면 끝이다. 그래도 남편의 식사는 꼭 챙겨 냉장고에 넣어놓는 부지런쟁이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딸 박효은(김환희 분)을 목격하고 해결해 주려 하지만, 비행일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남의 손에 맡긴다. 함께 산다는 이유로 월급의 70%를 시어머니 김영숙(이영란 분)에게 헌납하는 것도 고까워하지 않는다. 매번 퇴근 후 입원해 있는 김영숙을 찾는 살뜰한 며느리다.
그런 최수아에게는 단짝이자 회사 동기 송미진(최여진 분)이 있다. 유부남인 서도우(이상윤 분)과 금기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을 털어놓는 유일한 친구다. 그러나 지난 20일 방송에서 최수아와 송미진의 우정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송미진이 남편 최진석과 무려 3년이나 동거한 사이고, 지금도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둘이 심상치 않은 사이인 것 같다는 회사 후배의 말을 듣고도 송미진을 믿은 최수아지만, 동생이 가져온 증거물에는 무너지고 말았다. “나는 남편보다 네가 더 속상하다. 네가 어쩜 이러니”라고 울부짖는 장면은 김하늘이기에 가능했다.
가정과 직장을 떠나 서도우와 사랑을 나누는 최수아는 또 다른 감정연기가 필요했다. 김하늘은 상대배우 이상윤과의 절제된 감정 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끌리듯 서도우를 찾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또한, 모든 것을 정리하고 간 제주도에서 서도우가 살짝 손을 잡았다 놓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는 장면은 1분 남짓한 찰나였지만, 보는 이마저 눈물짓게 했다.
옳지 못한 사랑, 불륜이라고 비난받는 ‘공항 가는 길’이 공감과 위로를 주는 드라마라는 긍정적인 평을 받게 한 일등공신은 김하늘이 아닐까. 데뷔 후 20년간 여러 작품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김하늘이기에 가능했던 섬세한 감정 연기 덕분이었다. / coz306@osen.co.kr
[사진] KBS2 , '공항 가는 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