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PD는 연출자이자 그가 꾸려가는 예능 세계 속 하나의 주인공이다. 출연자들과 스스럼 없이, 심지어 대부분 깐족거리며 웃음 갈등을 야기하는 존재. 여행 예능 장인의 첫 여행 예능인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부터 tvN ‘꽃보다’와 ‘삼시세끼’, 그리고 ‘신서유기’ 시리즈까지 나 PD는 재미를 위해 출연자들과 티격태격 싸우느라 바쁘다. 연말 연예대상에서 PD와 출연자를 묶어 베스트 커플상을 준다면, 나 PD가 모든 후보에 올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 강호동과 나영석, 10년이란 시간이 만든 변화
예능 갈등을 잘 만들어가는 ‘국민 MC’ 강호동은 ‘1박2일’부터 ‘신서유기’까지 나 PD와 입씨름을 해서 웃음을 터뜨린다. 제작진이 화면에 노출되는 일이 신기한 일이었던 10년 전, ‘1박2일’은 나 PD가 끊임 없이 등장하며 출연자들에게 얄미울 정도로 고생스러운 임무를 부여했다. 그때마다 나 PD에게 귀엽게 소리를 질렀다가 이내 꼬리를 내리고 현실을 수긍하는 상황극을 만든 강호동. 강호동의 ‘샤우팅’에도 깐족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던 나 PD는 ‘신서유기’에서는 신문물에 약한 강호동을 놀리기 바빴다. 달라진 게 있다면 강호동이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않는다는 것. 나이가 든 강호동이 기가 죽고 그런 모습을 더 크게 놀려대는 나 PD와의 웃음 조합은 친근하고 재밌다.
# 이승기와 나영석,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이승기는 나 PD가 발굴한 재치 넘치는 ‘방송 천재’다. ‘1박2일’에 중간 투입된 후 형들에게 장난을 걸면서, 그리고 귀엽고 어딘지 모르게 실수가 있는 ‘허당 캐릭터’로 주목을 받았다. 강호동이 하차한 후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던 진행자는 이승기였다. 국민적인 호감인 이 가수 겸 배우이자 진행까지 되는 만능 엔터테이너는 나 PD에게 조근조근 따질 수 있는 ‘브레인’이다. 그러면서도 예능판을 잘 알기에 적당히 당하기도 하고 적당히 타협을 해주는 재치가 있다. ‘꽃보다 누나’에서 짐꾼으로 출연, 여전히 변치 않은 ‘허당기’를 보여줬고, 나 PD의 깐족거리는 농담을 잘 받아치며 찰떡 같은 호흡을 보여줬다. ‘1박2일’의 명장면이기도 한 이승기의 나 PD 성대모사는 여전히 회자가 된다.
# 이서진과 나영석, 괴롭히니까 재밌는 ‘미친 호흡’
투덜거리면서도 할 것 다 하는 남자 이서진의 매력이 배가 될 때는 뭐니 뭐니 해도 나 PD가 시종일관 ‘태클’을 걸 때다. 나 PD는 이서진이 구시렁거릴 때마다 날카롭게 지적을 하고 이서진은 큰 반항을 하지 못한 채 수그러진다. 만약에 이서진이 계속 투덜거리기만 한다면, 자칫 잘못하면 비호감으로 보일 수도 있는 위험이 있다. 연출자로서 재미를 위해 출연자들을 괴롭히는 나 PD의 ‘예능 캐릭터’를 이제는 시청자들이 안다. 때문에 나 PD가 이서진을 궁지에 몰아넣고 심지어 이번 ‘삼시세끼 어촌편 시즌3’에서 배까지 운전하게 했을 때, 시청자들은 어딘지 모르게 통쾌한 재미를 얻었다. 그가 ‘꽃보다’ 시리즈에서 하늘 같은 대선배들과 외국 여행을 가는 짐꾼이 됐을 때 대략난감해 하는 표정 역시 나 PD가 그려놓은 재밌는 그림이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또 한다”라고 자책하는 이서진과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나 PD는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흥미가 된다. / jmpyo@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