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속 이서진은 언제나 투덜거린다. 나영석 PD가 궁지에 몰아넣으면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지만 결국 다 해낸다. 군말 없이 하면 열심히 한다는 노력으로 비쳐지겠지만, 항상 토를 달기 때문에 이서진에게는 ‘투덜이’라는 별명이 붙는다.
그런데 여기에 이서진의 매력이 있다. 분명히 하기 싫다는 의사를 표정과 말투로 다 표현하는데, 이미 몸과 머리는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움직이고 있다. 눈빛과 입은 뾰로통하지만 결국 제작진의 의도대로 성실히 임무를 완수하기에 시청자들은 이서진의 구시렁거리는 모습에 웃음을 터뜨린다.
나영석 PD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듯 보이나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친근하게 보인다. 나 PD가 깐족거리고, 이서진이 발끈하면서도 결국 나 PD의 뜻대로 모든 것을 다하는 은근히 순종적인 남자. 어떻게 보면 말만 세지 은근히 배려도 많고 제작진의 만들고자 하는 재밌는 그림을 잘 표현해주는 성실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
이서진은 현재 농촌인 고창을 떠나 득량도라는 어촌에서 요리 잘하는 에릭, 쉴 새 없이 일하고 잘 먹는 윤균상과 생활하고 있다. 어촌편 시즌 3에 출연 중인데, 제작진은 이서진이 에릭과 윤균상을 돕거나 배려하는 모습을 그 전 시즌과 달리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이서진은 늘 억울해 했다. 일하는 모습은 방송에 나가지 않고 잠시 쉬고 있는 모습만 나간다고. 이서진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빠르게 내보내거나 아예 삭제한 제작진은 일부러 놀려댔다. 네티즌이 보고 있다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이서진이 성실하게 생활을 꾸려간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강조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번 시즌은 이서진이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윤균상이 햇볕을 가려주자 “나 욕먹어”라고 말하면서도 흐뭇해하고, 에릭이 만들어주는 봉골레 파스타를 먹겠다며 야밤에 조개 캐기를 자처한다. 그런데 달라진 게 아니다. 고창에서도 이서진은 장볼 때 앞장서서 나섰고 동네 주민들과 그 누구보다도 친절하게 그리고 친근하게 지냈다. 그들 앞에선 귀찮아하는 듯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재미를 위해, 자신이 투덜거려야 시청자들이 즐겁다는 것을 알기에 불평과 불만을 토로해도 용납이 되는 예능 속 강자 캐릭터인 나 PD에게만 쏟아낼 뿐이었다. 나 PD와 이서진이 친하기 때문에 가능한 귀여운 갈등은 ‘삼시세끼’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다.
‘투덜이’ 이서진이 있기에 ‘삼시세끼’는 새로운 시즌을 안방극장에 재밌게 내보내고 있다. 변한 것처럼 보이나 변하지 않은, 그래서 늘 시선이 가는 이서진이 tvN 10주년 기념 시상식 예능 부문 대상의 자격을 증명하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tvN 제공, '삼시세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