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부터 심상치 않다. 소녀시대 권유리가 아닌 배우 권유리의 매력이 한껏 발산됐다. 매운 짬뽕을 먹는 연기로 시작해서 춤을 추고 소리치고 막말까지 다채로웠다. 4부작만으로 보기에 안타까운 연기다.
지난 22일 오후 첫 방송 된 SBS 주말드라마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이하 고호의 별밤)는 종영한 ‘끝에서 두 번째 사랑’ 이후에 4부작으로 급하게 편성된 드라마다. 드라마 편성 일정을 조정하는 가운데 대체 편성된 것. ‘고호의 별밤’은 한중 합작 드라마로 제작돼 중국 소후닷컴과 소후TV를 통해 웹드라마의 형태로 선 공개된 것을 내보내는 것이다.
‘고호의 별밤’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등을 만든 조수원 PD의 신작이다. 뻔하지 않은 드라마를 만들어온 조수원 PD의 신작이니만큼 방송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조수원 PD는 현실감 넘치는 연출로 시청자들의 공감과 빈틈없는 전개로 재미를 동시에 잡는 작품을 만들어왔다.
역시나 조수원 PD의 연출력은 ‘고호의 별밤’에서도 빛이 났다. 극 중 짠 내 풀풀 풍기는 광고회사 4년 차 회사원 고호(권유리 분)와 다섯 남자가 엮이는 과정을 속도감 있고 질서정연하게 보여주며 앞으로 전개를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조수원 PD의 연출 아래서 권유리는 물 만난 고기처럼 연기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옷을 입은 권유리는 막말을 퍼붓는 것부터 까불거리며 망가지는 것은 물론 키스 신과 눈물 흘리는 연기까지 한 회 만에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다.
권유리는 이미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다년간 연기경험을 쌓아왔다. 물론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하는 과정에서 어색한 발음과 연기에 대한 지적이 없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고호의 별밤’에서는 매끄럽게 다섯 남자와의 복잡다단한 로맨스를 연기하며 시청자를 감탄하게 했다.
‘고호의 별밤’은 대체편성으로 인해 시청자를 운 좋게 만나게 된 드라마다.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드라마로 빠른 호흡과 재미있는 콘텐츠에 익숙해진 젊은 시청자들은 확실하게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고호의 별밤’이 4부작이라는 한계를 딛고 파란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pps2014@osen.co.kr
[사진] '고호의 별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