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홍종현이 "악역으로 욕을 먹으니 왠지 기분은 좋았다"는 말로, 드라마 '달의연인' 하차 심경을 전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달의연인-보보경심 려'(극본 조윤영, 연출 김규태) 17회에서 고려 3대왕 정종(홍종현 분)은 4황자 왕소(이준기)의 반란과 어머니 황후 유씨(박지영)의 선위 강요 등에 분노, 병이 급속도로 악화되며 끝내 목숨을 거뒀다. 첫 등장부터 강렬한 악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던 '왕요'의 하차였다.
왕요가 죽은 17회를 본방 사수한 홍종현은 OSEN에 "촬영했을 때 고생했던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드라마가 완전히 마무리가 아니라, 제 캐릭터가 죽은 건데도, 뭔가 '아, 끝났다'는 이상한 느낌도 들었다. 기대도 하고, 걱정도 했던 장면인데, 잘 나온 거 같다"고 마지막 죽음신에 대해 자평했다.
홍종현이 맡았던 3황자 왕요는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황위 다툼의 피바람 속에 있던 인물로 야욕에 넘치는 모습과 안하무인의 태도로 중심 '악역'을 도맡았던 터. 덕분에 극에 몰입한 시청자들로부터는 욕을 가장 많이 먹었던 캐릭터다.
이에 홍종현은 "처음에 그런 글들을 봤을 때도 기분이 나쁘지가 않더라. '나쁜놈' '죽어라' 등의 글도 전부 왕요를 향한 욕이라는 걸 아니깐, 나중에는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마트에 갔더니 아주머니들께서도 '까맣게 칠한 나쁜놈'이라고 반갑게(?) 알아보시더라"라고 웃었다.
'1도 없던 로맨스'에 대해서 묻자 "어머니로부터 어릴 때부터 황제가 되기 위해 길러진 설정이다. 로맨스가 쉬이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옥에서 돌아온 뒤 변화된 헤어스타일과 수염으로 인해 '별명부자'가 된 것에 대해서는 "인스타에도 캡처해 올렸는데 그건 빙산의 일각이다. 웃기고 재미있는 합성이 정말 많았다. 모두 다 관심이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고 전했다.
마지막까지 '왕요'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하차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김규태 감독을 비롯한 '달의연인' 제작진, 그리고 가장 많은 호흡을 맞춘 이준기를 향해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홍종현은 "어려운 감정신이 많았다. 현장에서 김규태 감독님이 많은 부분을 도와주셨다. 시간이 걸려도 충분히 의논을 많이 하고, 촬영을 진행했다. 또 (이)준기 형한테 의지하는 것도 많았다.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네 생각은 이렇다.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전체를 보며 이야기하고, 두 캐릭터 모두를 살릴 방안을 고민해줬다"며 "나중에는 배우들이나 감독님께 기댈 수 있다는 생각에 든든하고 마음이 편해졌다. '달의연인'을 촬영하면서 고마웠던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끝으로 "왕요가 나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인정하고 들여다보면 그 안에 '짠한' 구석도 있다. 마지막에 '엄마한테 나는 뭐야?'라고 할 때는 계속 왕요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어머니를 만나지 않았으면, 왕요도 정상적인 사람으로 클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자신이 맡아 비참하게 떠나보낸 캐릭터 '왕요'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정종(홍종현)의 죽음과 광종(이준기)의 황위 즉위식이 속도감 있게 그려진 '달의연인'은 '구르미 그린 달빛'이 떠난 월화드라마 왕좌를 차지했다. SBS '달의연인'은 시청률 9.8%(닐슨코리아, 전국), 동시간대 방영된 KBS2 '우리집에 사는 남자'와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각각 9%, 8.3%를 기록했다. / gato@osen.co.kr
[사진] SBS 제공, '달의연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