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남녀’에서 그 누구도 쉽게 떠나보내고 싶은 캐릭터가 한 명도 없다. 진정석부터 민진웅까지 한 명 한 명 모두 시청자들에게 진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 종영한 드라마 속 캐릭터로 남겨두기에는 너무 아깝다.
지난 25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는 방송 당시 ‘혼술’이라는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를 다루는 것은 물론 노량진 공무원 학원 강사와 공시생들의 얘기를 리얼하게 다루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강사들과 공시생들이 하루하루 고단하게 살면서 힘든 일상을 혼술로 위로받는 내용은 큰 공감을 자아내면서 마치 ‘노량진판 미생’을 보는 듯했다.
무엇보다 9명의 캐릭터들 중 버릴 캐릭터가 하나도 없었다. 보통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제외한 캐릭터들은 분량이 적거나 존재감이 크게 없는데 ‘혼술남녀’ 속 캐릭터들은 분량은 하석진, 박하선과 차이가 있었을 지라도 강한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석진과 박하선은 각각 ‘고쓰(고퀄리티 쓰레기)’라 불리는 일타강사 진정석과 노량진에 갓 입성한 ‘노그래’라 불리는 박하나 역을 맡아 열연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캐릭터를 표현했다.
하석진은 이기적이고 냉소적이며 무슨 말을 할 때마다 “퀄리티 떨어지는”이라는 말로 상대방을 위축되게 하는 정석을 맛깔나게 표현했다. 냉정할 줄만 알았던 그가 박하선과 함께 춤을 추는 반전 모습으로 재미를 더했다.
박하선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로 박하나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때론 사랑스럽게 때론 코믹하게 연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과 재미를 선사했다. 마지막 회에서도 박하선은 코믹 연기에 있어서 하드캐리 했다. 술에 취해 살풀이를 하듯 춤을 추는 장면은 시청자들을 폭소케 했다.
황우슬혜와 민진웅도 최고의 연기와 케미로 ‘혼술남녀’의 재미를 이끌었다. 두 사람 때문에 ‘혼술남녀’를 보는 시청자들이 있었을 정도였다. 황우슬혜는 섹시한 외모로 톱 인기를 구가하지만 푼수 같은 황진이 역을 맡아 삐치면 다 티가 나는 행동으로 민페를 끼치는 철부지 연기로 웃음을 자아내는가 하면 민진웅은 시도 때도 없이 성대모사를 하는 강사 민진웅 역으로 시청자들이 배꼽을 잡게 했다.
학원 원장 역에 김원해도 진정석 앞에서는 작아지는 코믹한 연기로, 노량진 3인방 기범과 공명, 동영, 채연까지 실제 고시생 같은 리얼한 연기로 ‘혼술남녀’의 재미를 꽉 채웠다. 특히 키는 ‘혼술남녀’가 연기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투리 연기와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혼술남녀’ 속 캐릭터 모두 시청자들의 ‘최애캐(최고로 애정하는 캐릭터)’라고 할 만한 인물들이었다. 때문에 이들을 떠나보내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런데 마지막 16회분에서는 헤어졌던 정석과 하나가 혼술을 하며 다시 만나 환하게 웃었고 채연을 제외한 노량진 3인방 기범, 공명, 동영 모두 공무원 시험에서 불합격을 받았다. 엔딩인 듯 엔딩 아닌 엔딩을 그린 마지막 회. 이쯤 되면 시즌2를 기대해도 될 듯하다. /kangsj@osen.co.kr
[사진] tvN ‘혼술남녀’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