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사는 남자’ 수애는 요즘 당황과 황당의 연속일 듯하다. 9년 사귄 애인이 후배와 바람난 것은 둘째치고라도, 아무리 봐도 나보다 어려 보이는 남자가 죽은 엄마의 남편, 즉 자신의 새아버지라고 불쑥 나타났으니 말이다.
지난 25일 방송된 KBS 2TV ‘우리집에 사는 남자’에서는 홍나리(수애 분)와 그의 새아버지임을 주장하는 고난길(김영광 분)이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한쪽은 아빠 행세를 하려 하고, 한쪽은 다른쪽을 믿지 못하는 형국이다.
주변인들이 옆에서 거들지 않더라도, 나리에게 난길의 존재는 몹시 수상하다. 엄마가 서른 살 어린 남자와 혼인신고까지 했다는 것도 믿기 힘든 마당에, 모르는 사이 가치가 폭등한 만두 가게와 부지를 난길과 공동명의로 해 뒀단다. 그리고 나서 엄마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으니, 난길이 꽃제비 사기꾼이라는 의심은 충분히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철없게만 여겼던 난길의 행동에서는 진심이 묻어났다. 나리의 엄마 정임(김미숙 분) 이야기를 할 때면 괜히 아련해지는 눈빛하며, 나리 앞에서는 영락 없는 딸바보가 되는 그였다. 나리는 결국 엄마의 선택을 믿겠다며 난길을 아버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또 한 번의 반전이 있었다. 나리는 정임과 자신에게 빚을 떠넘긴 정남(김하균 분)을 찾고 있었지만 번번이 연락에 실패하곤 했는데, 난길이 그와 통화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심지어 난길은 정남의 소재를 전혀 모른다고 잡아 떼 왔던 상태. 거칠게 전화를 끊으며 옷을 갈아입는 난길의 등에는 문신까지 새겨져 있어 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과 긴장감을 동시에 증폭시켰다.
단 2회 만에 난길의 정체를 두고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그가 정확히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청학동 훈장님처럼 짐짓 어색한 아빠 말투를 쓰다가도 동네 건달들 앞에서는 무섭게 눈을 빛내는가 하면, 딸 생각을 할 때는 넋을 놓고 웃을 줄도 아는 난길.
‘우리집에 사는 남자’의 관전 포인트는 그의 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 역시 나리와 함께 아빠인 듯 아빠 아닌 아빠 같은 난길의 진짜 정체를 추적해 보는 건 어떨까. /bestsurplus@osen.co.kr
[사진] ‘우리집에 사는 남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