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연기돌'이란 말 자체가 올드하게 느껴지는데, 연기하는 아이돌이 그 만큼 새로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기돌들은 배우 전향 결심을 굳히면 그간 데뷔에서부터 동고동락한 가수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물론 답은 간단하다. 가수보다 배우 매니지먼트가 연기자로서는 더 활동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수로서 메인의 위치에 있었던 멤버가 연기자 회사에 가게되면 신인배우 중 한 명이 되기에 그 '갭'은 본인이 감수해야 할 못이 된다.
한 연기돌을 보유한 가수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연기돌 멤버가 기대작 영화에 캐스팅 성사 단계까지 갔지만, 컴백과 해외 투어 일정으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연기를 하기 위해 컴백을 늦춘다거나 활동에 빠지는 것은 그룹 멤버들과의 사이와 팬들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역할을 미치기에 둘 중 연기를 포기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비슷한 사례의 관계자는 "해당 멤버가 나중에 이 사실(가수 활동으로 인해 작품을 포기)을 알자 굉장히 서운해하더라. 그래서 회사에서도 이런 경우 난감한 것이 사실"이라며 "가수와 배우의 스케줄을 조정하는 게 굉장히 쉽지 않다. 많은 회사들이 비슷한 문제를 갖고있으며 실제로 토로한다"라고 귀띔했다.
배우와 가수 매니지먼트의 작업 방식이나 과정, 시스템의 차이 역시 '연기돌'을 전폭적으로 지지할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매일 음원차트가 바뀌듯 빠른 전환이 필요한 가요계 시스템이 보다 보다 섬세하고 인내를 요구하는 연기-작품 시스템과 차이가 많다는 것. 스태프들의 고충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한 아이돌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우리 회사에도 물론 연기력을 막 인정받기 시작한 연기돌이 있지만 다른 배우들과 전속계약을 체결하며 회사의 영역 자체를 넓힐 계획은 없다. 물론 상장회사 같은 큰 회사는 그것이 가능하겠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가수 콘텐츠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도 벅찰 때가 많다. 연기를 잘 하는 멤버가 나중에 배우로 전향한다고 했을 때는 놓아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가요와 배우 매니지먼트 사이의 태생적 차이를 언급하기도 했다.
부모의 마음으로서 자식이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더 펼쳐주기 위해 더 좋은 곳으로 보내야한다고 생각하는 제작자들도 있다. 실제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한 연기돌 회사의 고민은 그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거나 함께 논의해 줄 스태프나 선배가 없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본인을 위해서라면 계약이 종료된 후 배우 회사로 가는 게 맞을 듯 하다. 본인이 연기에 대한 목마름이 있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회사에서 날카로운 지적이나 조언을 해 줄 사람이 없다. 지금은 회사에서 본인의 의견을 적극 펼칠 수 있기에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배우로서 발전이 없거나 더딜 것이 확실하다"라고 씁쓸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연기자로 전향하며 회사를 바뀐 한 아이돌 멤버는 "회사와 막판에는 '나 연기를 자유롭게 하게 해주지 않으면 나가겠다'라고 말하며 대표님과 담판을 지었다. 회사 역시도 내 원래 꿈이 배우인 것을 알았는데 그룹 활동이 우선시라 제약이 많았던 바다. 나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편 최근에는 특히 많은 걸그룹 멤버들의 배우 전향 소식이 화제를 모았던 바다. 시크릿 출신 한선화부터 쥬얼리 예원, 포미닛 허가윤, 남지현, 권소현, 달샤벳 전 멤버 지율까지. 일부는 둥지를 옮겨가면서까지 본격적으로 배우 행보를 시작함을 알렸다. /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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