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기주가 '달의 연인' 촬영을 하면서, 또 시청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과 연기자로서의 고민 등을 솔직히 고백했다.
진기주는 지난 25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 18회에서 죽음으로 하차를 하게 됐다. 진기주가 연기한 채령은 9황자 왕원(윤선우 분)의 스파이 노릇을 한 것이 발각돼 난장형에 처하며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
혜종(김산호 분)의 욕탕에 수은을 탄 것은 물론이고 10황자 왕은(백현 분)와 박순덕(지헤라 분)의 탈출 장소를 누설하며 해수(이지은 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보고를 한 행동이 드러나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것. 그리고 채령은 죽기 전 해수에게 자신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혈서로 남겨 안타까움을 더했다.
진기주는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촬영이 끝난지 몇 개월이 지난 뒤에 드라마를 보게 되는거라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대본 내용도 완전히 다 기억이 안 나다 보니 새로움을 많이 느끼면서 보게 된다. 저 또한 시청자의 기분으로 시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령은 극 초반부터 해수의 옆을 지켜주고 말벗이 되어주는 살가운 동생이었다. 오랜 시간 해수와 함께하며 쌓아온 우정은 그 누구보다 돈독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연모해온 왕원을 위해 해수를 감시하는 스파이 노릇을 했다는 것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이에 대해 진기주는 "원작이 있는 드라마라 많은 분들이 채령의 행동을 짐작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 정도로 욕을 먹을 줄 몰랐다. 방송이 나간 다음에 배우, 스태프들과 회식을 하게 됐는데 다들 채령이가 욕을 먹고 있다는 얘기를 하더라. 이럴 줄 몰라서 되게 당황스럽기도 하고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겁이 났지만 시청자 반응을 찾아보게 되더라"라고 설명했다.
또 진기주는 "새로운 관점이 생겼다. 저는 연기를 했던 채령의 입장에서 접근을 하게 되는데, 시청자 분들은 저보다 전체의 그림을 보셨을테니까 '이렇게 생각하시는구나' 싶더라. 채령이가 초반부터 늘 해수의 옆을 지켜주던 아이였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받는 배신감이 컸던 것 같다. 되게 새로웠다"고 속내를 고백했다.
그러면서 "분명 2~3년 사이 벌어진 일이라 그 사이에 채령 역시 많이 힘들었텐데 극 속에서는 2년이 1초만에 지나다 보니 그런 부분이 드러나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며 "해수에게는 티도 못내고 늘 해맑은 모습으로 행동을 하니까, 시청자들은 방금 전에 사람을 죽여놓고 어떻게 저렇게 해맑으냐고 하시는 것 같다. 제가 봐도 그럴 것 같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진기주는 "'달의 연인'에 출연을 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목표였기 때문에 어떤 역할을 맡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그저 감독님의 선택을 믿었다"고 김규태 감독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같이 연기 호흡을 맞춘 이지은에 대해서도 "성격이 좋고 편해서 같이 연기하기 좋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선배님들도 많았지만, 제 주변에는 또래가 많아서 좋았던 것 같다. 해수 역의 이지은, 순덕 역의 지헤라, 우희 역의 서현, 연화 역의 강한나까지 다 또래들이라 금방 친해졌다. 사실 순덕이와 우희는 대사를 나누는 신이 없었다. 그냥 지나치다 마주치는 장면이 전부였는데도 다 같이 친해졌다. 아무래도 드라마 촬영 들어가기 전에 전체 대본 리딩을 위한 MT를 갔던 것이 유대감을 형성하게 한 것 같다."
이어 진기주는 최근 있었던 '달의 연인' 회식 당시를 회상하며 "회식을 하려고 몇 번 시도를 했었는데 다들 스케줄이 안 맞아서 무산이 됐었다. 그래서 준기 오빠가 가장 많은 사람이 올 수 있는 날로 미리 정리를 해주셔서 이번에 모이게 됐다"며 "그 때 당시 10황자 왕은(백현 분)과 순덕의 애틋한 모습이 방송되다 보니 화제가 됐어서 그 얘기를 하기도 했다. 제가 대본을 봤을 때도 개인적으로 은이와 순덕이 제일 안타깝고 불쌍해서 잔상에 많이 남았었다. 그래서 그 신을 가장 기대하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진기주는 "앞으로 또 보고 싶은 배우,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다. 시청자들이 진기주가 출연한다고 했을 때 반가워하면서 '저건 봐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parkjy@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