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소식과 함께 논란이 일었던 바, 영화가 공개된 이후에도 그 논란이 말끔하게 가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가 지난 25일, 전야 개봉으로 관객들을 만난 가운데 극 중 에이션트 원 캐릭터에 대한 관객들의 눈초리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천재 신경외과 의사였던 스트레인지가 사고로 손의 감각을 잃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극 중 등장하는 에이션트 원 캐릭터는 손을 살리고자 스트레인지가 만난 스승이다.
그녀는 손의 감각을 살리고자 하는 스트레인지에게 다른 차원의 에너지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인물. 그녀가 몇 년을 살아왔는지는 미스테리로 남아있으며 그저 네팔 카트만두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생명을 수호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문제는 원작 속 에이션트 원이 동양인 남성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네팔에서 수행하는 동양인 남성이었던 에이션트 원 역할에 백인 여성, 틸다 스윈튼을 캐스팅하며 논란이 시작된 것.
올초 진행됐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부터 알 수 있듯, 할리우드는 인종 차별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남우주연, 여우주연상 후보에 모두 백인 배우들만을 내세우며 온라인상에는 'OscarSoWhite(오스카는 하얗다)'라는 문구가 유행처럼 퍼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인을 백인으로 캐스팅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일. 캐스팅 발표 이후 현지 언론마저 'whitewash'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틸다 스윈튼의 캐스팅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닥터 스트레인지'의 스콧 데릭슨 감독은 "동양인에 대한 클리셰를 깨고 싶었다. '동양인'하면 정해져 있는 인식들과 이미지들이 있는데 그것을 깨고 싶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닥터 스트레인지' 본편을 봐도 그 해명은 속시원하지가 않다. 스트레인지의 스승인 에이션트 원이 중요한 인물이긴 하나, 백인 아니면 안 될 이유는 없으며 감독의 해명처럼 동양인의 클리셰를 깨고 싶었다면 동양인을 캐스팅해 다른 면모로 이용했으면 될 일이었다.
심지어 에이션트 원의 캐릭터가 매우 소모적이다. 내용 전개에 있어서 중요한 인물이지만 '닥터 스트레인지'는 에이션트 원을 밋밋하게 그려내고 말았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획기적인 영상미로 마블 영화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있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군데군데서 아쉬운 부분들이 발견되는 건 피해갈 수 없는 일인 듯 싶다. / trio88@osen.co.kr
[사진] '닥터 스트레인지'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