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으로 봤을 때 세고 거친 느낌이 강했던 애쉬비를 만나보니 작고 귀여운 소녀의 향기를 폴폴 풍겼다. 잘 웃는 아기 같은 얼굴에, 온순하고 사교적인 성격이라 오랜 만에 만나서 수다 떨기 좋은 동생 같았다. 아직 93년생, 24살이지만 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 같다고 할까.
하지만 살아남기 위한 디스 배틀, 추구하는 음악성, 앞으로의 꿈에 대한 이야기할 때는 자신만의 철학이 뚜렷한 천상 래퍼였다. 가수로서의 고집과 세계관이 느껴졌다.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언프리티’의 순위는 절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두 번의 시즌에 연이어 출연해서 우승에 욕심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해였다. 살벌한 서바이벌을 2번이나 겪은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었다.
애쉬비는 ‘HOT’한 인기보다 음악이, 그리고 방송에서 비춰지는 모습보다 실력 있는 무대를 통해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했다. 애쉬비는 Mnet 래퍼 서바이벌 ‘언프리티 랩스타3’(이하 언프3)의 우승자 자이언트 핑크, 준우승자 나다에 이어 3위에 오른 인물이다.
“사실 순위 같은 게 다 필요가 없는 게 ‘언프리티’의 조명은 잠깐이다. 그 후에도 조명이 켜져있는지 아니지는 자신의 몫이라고 본다. 앞으로도 음악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자이언트핑크 언니와 나다 언니가 잘했지만 그 다음 여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애쉬비는 지난해 ‘언프리티’ 시즌2에 출연했었는데 영구탈락이 걸린 1대1 배틀에서 길미에게 패해 최종 탈락자가 됐다. 이후 1년 동안 실력을 갈고 닦아 시즌3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게 한계가 있다는 게 너무 싫었다. 애쉬비라는 사람을 알려야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을 테니 저를 알리기 위해 다시 출연한 것도 맞다. 하지만 ‘언프’에 이어 ‘쇼미’도 나갔는데 너무 일찍 떨어졌다. ‘나는 왜 자꾸 떨어져야 하나’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컸다. 해도 해도 안 되는 게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그래서 시즌2 끝나고 거의 1년 동안 작업실에 살았다. 가사를 쓰고 노래도 만들고, 그곳에 잘 곳은 없는데 한 4~5일 정도 밤을 새우고 미친 듯이 작업을 했었다. 한계에 부딪히는 게 싫어서 다시 도전했던 것이다.”
이번 시즌을 통해 애쉬비라는 사람을 제대로 드러냈고 예전보다 더 넓은 연령대로부터 사랑받고 있지만 애쉬비는 자신을 “오디션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자평했다.
“서바이벌에 대한 노하우는 없다. 모두가 잠을 못자지만 특히나 저는 잠에 약했다. 그런 면에서 (육)지담이가 서바이벌에 적합한 사람인 것 같다. 가사도 빨리 쓰고 빨리 외우더라. 저를 3등이라고 말하는 게 좀 웃기지만 저는 이번 시즌에는 세미파이널에 올라가는 게 목표였다. 순위는 중요치 않았다. 그런 면에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은 것 같다.”
애쉬비는 “제가 ‘언프리티’를 통해 많이 얻었다고 생각한다. ‘Who Here’ 때는 섹시한 콘셉트라서 남성분들이 좋아해주셨다면 이번엔 여성팬들과 부모님 나이대 어른 분들도 알아봐주시고 좋아해주신다. 앞으로도 음악을 통해 한 발 더 가가가서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purplish@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