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은 11년간 멤버들을 굴려온 제작진이 하나의 예능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다. 김태호 PD를 비롯해 제작진은 멤버들을 속여 험한 가시밭길로 뛰어들게 만들어온 ‘예능 속 귀여운 악마’였다. 멤버들과 제작진의 웃음 가득한 대립은 국민 예능을 함께 만들어가는 끈끈한 동지라는 것을 알기에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장난처럼 불평과 불만을 토로하는 멤버들, 그리고 이를 듣고도 흘려보내며 또 다시 멤버들을 괴롭히는 제작진이 웃음을 유발한다.
지난 22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우주 특집의 전초전인 ‘그래비티’는 영문도 모른 채 눈을 가리고 어둠 속에 내던져진 멤버들이 장난감 같은 공포 장치를 확인하고 분노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암흑 대비 훈련이라는 제영재 PD의 말에 유재석은 장난스럽게 달려들어 제 PD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또한 제 PD의 휴대폰과 신발을 쥐덫 찍찍이에 붙게 만들며 귀여운 복수를 했다. 유재석에게 내동댕이쳐지고 멱살을 잡히는 제 PD의 모습은 웬만한 예능인들이 만들어가는 돌발 웃음 상황보다 웃겼다.
예능에서 특히 ‘무한도전’에서 제작진이 멤버들에게 당하는 그림은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기에 편안하게 볼 수 있다. 판을 짜는 제작진이 귀여운 갑이라면, 그 판에서 고생하는 멤버들이 을로 비쳐지기 때문. 을의 갑에 대한 반란, 특히 멱살잡이는 ‘무한도전’이 전매특허처럼 활용하며 통쾌한 웃음을 안긴다. 제작진도 당해야 재밌는 그림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 누드 모델 길의 울부짖음
2010년 달력 모델 도전에서 꼴찌를 한 길은 누드 모델 벌칙을 수행했다. 제작진은 여학생들을 데리고 왔고, 이 모습을 본 길은 크게 당황했다. 제작진의 멱살을 잡으며 분노한 길의 표정은 난감함이 진실로 담겨 웃겼다. 어쩔 수 없이 누드 모델로 나선 길의 황망한 표정은 제작진의 멱살 희생과 함께 달력 모델 도전 특집의 큰 재미 지점이 됐다.
# 억울한 김제동의 항변
김제동은 ‘무한도전’에서 당하기 일쑤였다. 배추 강매를 당하고, 해외 출장 간 사이 자신의 집이 촬영지가 되는 어이 없는 일이 있었다. 기껏 추석에 촬영에 응했는데 통편집이 되기도. ‘로맨스가 필요해’ 특집 당시 유재석은 김제동에게 소개팅을 제안했고, 김제동은 분노 상황극을 만들었다. 기습적으로 찾아온 멤버들과 제작진의 멱살을 잡아끌어 쫓아낸 것. ‘무한도전’ 자체를 싫어한다며 문전박대를 하는 김제동의 이유 있는 항변이 웃음을 터뜨렸다.
# 김태호 PD의 멱살은 공공재
멤버들은 시도 때도 없이 김태호의 이름을 불러댔다. 포상휴가인 줄 알고 떠났지만 알고 보니 극한의 일을 하게 된 멤버들. 10주년 특집 방송이 전파를 탄 지난 해 6월 김태호 PD는 유재석으로부터 소송 경고를 당했고, 정준하와 하하로부터 멱살이 잡히고 발차기 굴욕을 당했다. 김태호 PD의 천연덕스러운 환영과 분노 상황극의 극대화를 위해 몸싸움을 벌이는 멤버들의 갈등 놀이가 강렬한 재미가 됐다.
# 저승사자 ‘마리텔’ PD도 당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스타들의 개인 방송을 구성으로 한다. 박명수가 출연했다가 재미 없다는 놀림을 당했고, 이후 정준하가 강제로 출연하게 됐다. 자선 경매 특집이었다. 출연 걱정에 잠 못 이룬 정준하는 많이 준비했느냐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PD의 질문에 멱살잡이를 했다. 몸을 쓰는 다른 프로그램은 다 출연해도 ‘마이 리틀 텔레비전’만큼은 피해가고 싶었던 정준하의 안쓰러운 몸부림과 겹쳐지며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 11년째 속고 있다는 유재석
유재석은 지난 4월 제작진의 스카이다이빙 낚시질에 힘껏 분노했다. 제작진은 멤버들의 눈을 가린 채 승합차에 태웠다. 헬기 위라고 알고 있는 멤버들은 겁쟁이들답게 벌벌 떨었다. 뒤늦게 승합차라는 것을 알게 된 유재석은 11년째 속고 있다며 김태호 PD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